[기적을 품은 아이들 <3>] 뇌에 관 삽입… 사투 속에서도 “찬양하면 행복”

입력 2018-03-22 00:01 수정 2018-03-22 07:54
선천성수두증을 앓고 있는 김예은양(지적장애 2급)이 지난 14일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엄마 최인혜씨(왼쪽)와 함께 미소 짓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2007년 에반젤리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던 김양(앞줄 왼쪽 두 번째). 밀알복지재단 제공
“우리 예은이 머릿속엔 남들에겐 있는 게 없어요.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뇌에 물이 차는 바람에 왼쪽 뇌가 자라지 못했대요. 아홉을 주고도 열을 주지 못해 미안한 게 엄마 마음인데 예은이를 볼 때마다 무엇 하나 준 게 없는 거 같아서….”

딸 김예은(18·선천성수두증·지적장애2급)양을 바라보던 최인혜(61)씨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42세에 얻은 소중한 생명. 하지만 최씨는 임신 6개월 만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예은이에게 선천성수두증이 발견된 것이다.

의사는 어차피 낳아도 몇 개월 살기 힘들 거라며 산모까지 위험해지기 전에 수술을 하자고 했다. 그래도 엄마는 ‘모양이 어떻게 빚어지든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감당해야 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노산(老産)을 앞둔 산모와 제대로 태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태아를 진료하겠다고 나서는 병원은 많지 않았다. 최씨는 부산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에 있는 병원을 찾아 태아와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숨이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란 얘길 들으며 예은이는 태어났고 43일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뇌척수액이 순환하는 통로가 막혀 뇌 안에 척수액이 점점 차오르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수술대에서 10시간 넘는 사투 끝에 예은이 머릿속엔 션트관(신체에 삽입돼 액체의 선로를 바꿔주는 관)이 박혔다. 관 끝에 연결된 작은 호스가 인공혈관처럼 배 안으로 이어져 척수액을 퍼 나른다.

사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입원과 퇴원, 갑작스러운 경련과 발작으로 응급실로 가거나 입원하기를 반복했다. 엄마와 예은이는 아예 병동에 살림을 차렸다. 부산에서 일하며 딸의 병원비를 대던 아버지도 탈이 났다. 최씨는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던 건강한 남편이었는데 어느 날 거리에서 쓰러졌다”며 “희귀난치병인 소뇌위축증이란 진단이 나왔는데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고 말했다. 그날로 예은이네 집엔 환자가 둘로 늘었다.

들어오는 돈 없이 나가는 돈만 쌓이기를 3년째. 병상에 누웠던 가장은 결국 숨을 거뒀다. 최씨의 다문 입이 파르르 떨렸다. 잠시 동안의 침묵을 깬 건 예은이었다.

“엄마, 울지 마. 내가 노래 불러줄까?”

서울 노원구의 한 임대아파트. 작은 방은 예은이의 노래로 가득 찼다.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었죠.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거위의 꿈’ 중에서)

최씨의 고단한 삶을 버티게 해 준 원동력은 간절한 기도와 딸의 노래였다. 그는 “예은이는 병원에서 살던 네 살 때부터 주일만 되면 병원교회로 달려가 언니 오빠와 찬양하며 행복해했다”며 “병동 또래 친구들까지 데리고 다녀 ‘꼬마 전도사’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고 했다.



7세 때부터는 CTS기독교TV 어린이합창단, 에반젤리합창단, 온누리교회 온사랑합창단을 거치며 단원으로 활약했다. “하나님을 노래하는 CCM 가수가 꿈”이라고 당차게 말하지만 예은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만 18세가 되면서 지난해까지 정부로부터 지원받던 인지·음악·심리치료가 모두 중단됐다.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초음파, 혈액검사 일정이 잡힐 때마다 최씨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뿐인 수입으로는 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버겁기만 하다. 눈앞은 캄캄했지만 모녀는 원망 대신 소망을 찾으며 두 손을 맞잡았다. 나지막한 기도소리가 들렸다.

“하나님, 우리 가정을 보듬어 주시고 주의 길로 인도해주세요.”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2회차 오미현양 성금 보내주신 분(2018년 2월 22일∼3월 20일)



△김화숙 50만원 △김세현 25만원 △안수현 김병윤(하람산업) 백선아 박희경 20만원 △조동환 베데스다군인교회 허정숙 박순희 이수진 권일한 정민호 장장규 10만원 △김익회 김남우·유선미 우만제 최영준 이은애 김세용 김은섭 황선연 김언주 남진우 김영옥 연용제 권경희 이윤미 김대규 5만원 △서영자 이현경 전종환 한승우 김덕수 김광미 3만원 △김정숙 이성훈 사랑 2만원 △김명아 1만5000원 △김진일 장희승 김용복 김애선 1만원 △권종선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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