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화·박종천 전 감독, 선수단 운영·전술 지도의 차이로 기대했던 만큼 성적 내지 못해
전문가 “위 감독, KBL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
여자프로농구(WKBL) 아산 우리은행의 독주를 이끌고 있는 위성우 감독이 남자프로농구(KBL) 감독으로 가면 어떤 결과를 낳을까. 여자농구계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위 감독에 대해 많은 이들은 “이제는 KBL에 갈 때가 된 것 아니냐”고 묻는다. WKBL에서 업적을 남긴 감독 중 KBL에서도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경기 수, 환경뿐 아니라 선수단 운영 등 여건이 다른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팬들은 지옥훈련을 통한 우승제조기 위 감독의 모험에 대한 기대가 큰지도 모른다.
여자농구계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뒤 KBL로 진출한 감독으로는 정덕화 전 청주 KB스타즈 감독, 박종천 전 부천 KEB하나은행 감독, 김태환 전 국민은행(당시 실업팀) 감독이 대표적이다.
정 전 감독은 2001년 WKBL 현대 하이페리온에 부임하자마자 팀을 리그 2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런 성적을 바탕으로 2002-2003시즌 KBL 안양 SBS 감독으로 선임됐다. 그러나 두 시즌 동안 SBS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다시 WKBL로 와서 용인 삼성생명, KB스타즈를 이끌었다. 정 전 감독은 21일 “SBS 시절엔 여자농구 때처럼 너무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면서 남자 선수들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율성을 주지 못한 것 같다”며 “KBL이 WKBL보다 경기 수도 많고 경쟁도 치열해 감독으로서의 스트레스도 많았다”고 밝혔다.
박 전 감독은 2002년 5월 WKBL 현대 하이페리온에 부임, 3개월 만에 여름리그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KBL에서 창원 LG(2004-2005시즌)와 인천 전자랜드(2009-2010시즌) 감독을 맡았으나 모두 성적 부진으로 자리를 내놓았다.
그나마 실업 시절 국민은행을 이끌며 여자농구계에서 두각을 보인 김 전 감독이 창원 LG, 서울 SK의 지휘봉을 잡으며 안착했다. 김 전 감독은 LG 시절 2000-2001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2002-2003시즌 정규리그 2위의 성적을 남겼다. 김 전 감독은 “여자농구는 디테일적인 전술 지도가 더 필요했고, 남자농구에선 선수단 장악 능력이 중요했다”고 회상했다.
위 감독이 KBL에서 지휘봉을 잡을 경우 성공 가능성에 대해 농구계에서는 낙관론과 회의론이 팽팽한 상태다. 김 전 감독은 “위 감독이 하위권 우리은행을 강팀으로 만든 점에서 충분히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KBL에서 SK를 맡은 후 WKBL에서 구리 금호생명을 이끈 이상윤 IB스포츠 해설위원도 “공부하는 위 감독 스타일상 KBL도 많이 봤을 것”이라며 “본인이 노력하고 적응하는 시간만 조금 갖는다면 KBL에서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정 전 감독은 “위 감독의 스타일과 성공 방정식이 KBL에서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장담은 못한다”며 “KBL에 맞는 변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길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우리은행의 지옥훈련 방식은 경기 수가 많은 KBL의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다”며 “착오를 겪으며 조정 과정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의 지도 철학을 구현하는 것이 WKBL보다 KBL이 더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女농’ 평정 위성우, ‘男농’ 가면?… 같은 듯 다른 두 코트
입력 2018-03-2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