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4년 만에 추가로 미국 셰일업체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등 석유개발 영토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투자로 SK그룹은 전통적인 석유개발 사업 외에 셰일오일이나 가스 같은 비전통 자원 개발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 E&P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 셰일 개발업체 롱펠로(Longfellow Nemaha, LLC) 지분 전량을 인수한다고 21일 밝혔다. 구체적인 인수금액과 셰일광구 규모 및 생산량은 아직 계약이 완료되지 않아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전날 SK E&P 아메리카에 4853억원의 출자 계획을 공시한 것을 감안하면 출자 금액이 지분 인수와 토지 임대, 시추 등의 투자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인수하는 롱펠로사 자산은 미국 내에서 셰일오일 및 가스 개발지로 주목받고 있는 오클라호마주 ‘STACK’ 지역에 있다. 해당 지역은 SK이노베이션이 2014년 전량 지분을 인수한 SK플리머스 생산광구로부터 40㎞ 정도 떨어져 있다. 이로써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이 2014년 인수한 SK플리머스 SK퍼미안 광구와 SK E&S가 지분을 투자한 우드퍼드 광구에 이어 셰일광구를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셰일업체에 대한 투자를 재개한 것은 국제유가가 바닥을 찍고 60달러를 넘기며 박스권을 형성한 것과 무관치 않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3871억원을 들여 미국 셰일 광구 2곳을 사들였다.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셰일 생산광구 독자 운영권을 확보했지만 2015년 이후 하향곡선을 그린 저유가로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 SK E&P 아메리카는 2015년과 2016년 수천억원대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국제 원유가격이 OPEC(석유수출국기구) 감산합의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추가 투자 가능성이 제기됐다.
셰일광구에서의 시추는 전통적인 수직 시추 방식과 달리 퇴적암층까지 수직으로 시추한 뒤 수평으로 관을 설치해 암석을 부순 다음 원유나 가스를 채굴한다.
SK는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 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석유개발 사업에 뛰어든 후 지난해까지 9개국 13개 광구에서 5억3000만 BOE(석유환산 배럴)의 매장량을 확보했다. 미국 셰일업체에 대한 투자 경험을 쌓아 향후 중국, 남미 등 셰일가스 매장량이 많은 지역으로의 진출을 준비하는 의미도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인수 계약을 계기로 미국 STACK 지역 톱-티어(상위) 운영 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SK그룹, 석유개발 영토 확장 ‘잰걸음’
입력 2018-03-21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