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국가들의 문제 중 하나는 지도자의 노쇠함이라고 21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아랍권 총인구의 중위연령(나이의 중간값)은 25세인데 국가수반의 평균 나이는 72세에 달한다. 지도자가 고령으로 건강이 안 좋고 총기가 흐려지면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젊은층과 리더십이 유리되는 문제도 있다.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81) 알제리 대통령은 5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대외활동을 최소화했다. 가끔 공개석상에 나올 때는 휠체어를 타고 나온다. 그가 지난해 10월 알제리를 방문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를 만났을 땐 흐리멍덩한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면서 몇 마디 중얼거리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카부스 빈 사이드(77) 오만 국왕은 수년 전부터 암 투병 중이어서 1년에 단 몇 차례만 국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슬하에 자식이 없는데 아직 후계자를 공표하지 않았다. 요직에 후계자 후보들을 앉혀놓고 경쟁을 시킬 만도 한데 여전히 왕 혼자서 총리와 국방·외무·재무장관, 중앙은행장을 겸하고 있다. 그가 이토록 많은 업무에 얼마만큼의 집중력을 발휘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마무드 압바스(82)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외견상 비교적 건강해 보이지만 3년 전 뇌졸중 루머에 휩싸였다. 그도 후계자를 확정해놓지 않아 갑자기 별세할 경우 정치적 혼란이 우려된다.
할리파 빈 자이드 알나흐얀(70)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겸 아부다비 국왕과 살만 빈 압둘라지즈(82)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모두 국정에서 거의 손을 떼고 실권을 각각 왕세제와 왕세자에게 넘겼다.
군주제 나라만 지도자의 고령화가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아랍에서 가장 민주적인 체제를 갖춘 튀지니의 베지 카이드 에셉시(91) 대통령은 아랍 지도자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외무장관과 총리를 지냈던 그는 ‘아랍의 봄’(2011년 반정부시위)의 결과로 2014년 처음 실시된 직접선거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국민은 20대·지도자는 70대… 아랍의 ‘노인 통치’
입력 2018-03-2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