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공식 외교 고문이자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 존 볼턴(사진)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북한 핵 폐기가 ‘리비아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비아는 2004∼2005년 미국과의 협상에 따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가입한 뒤 핵무기와 원심분리기, 미사일 장비 등을 모두 미국에 넘겼다. 이른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도록 폐기하는(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CVID 방식이 적용된 사례다. 그러나 북한은 리비아가 핵무기를 포기한 뒤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된 사실을 지적하며 체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리비아 방식에 동의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볼턴은 20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13∼14년 전 리비아의 핵무기를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의 안보단지 창고에 보관한 것과 비슷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외에 다른 대화는 없다”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는 북한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핵무기 완성을 위한 위장술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이 명백히 전례 없는 발전이며 매우 과감한 움직임”이라면서도 “만일 북한이 정상회담을 시간벌기용으로 활용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턴은 그동안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으면 군사옵션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강경한 주장을 펼쳐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멀지 않은 장래에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4연임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에게 이날 전화를 걸어 축하한 뒤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정황이 제시됐다. 미국의 군사문제 전문가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은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지난해 12월 이후 북한의 서해 위성발사장에서는 위성발사나 로켓엔진 시험과 관련된 활동이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해안경비대는 올 들어 북한 관련 선박 218척을 감시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 선박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와 미국의 북한제재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 미 해안경비대의 설명이다. 218척 중 198척은 북한 국적이며, 나머지 20척의 국적은 불분명하지만 북한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안경비대의 감시대상이 되면 미국령 해안 진입이 금지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맥매스터 후임설’ 볼턴 “북핵 폐기, 리비아 방식으로”
입력 2018-03-2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