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민주당 지지율 고공행진…왜?

입력 2018-03-22 05:00 수정 2018-03-22 10:48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사생활 논란 같은 악재가 잇따르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충청 지역에서도 민주당은 5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최근 4주간 정당 지지율 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50%대를 유지했다. CBS의 의뢰로 이뤄진 리얼미터의 3월 1주차(5∼9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1.9% 포인트 하락한 48.1%를 보였다. 3월 2주차(12∼16일) 조사에서는 51.8%를 기록하며 50%대를 회복했다.

지난 5일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 7일 박 전 대변인의 사생활 논란이 제기됐는데, 민주당 지지율은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이 기간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도 나타났다.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정당 지지율 하락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21일 “평소 도덕성을 강조해 온 진보 진영에서 성폭행 의혹이 나와 충격이 컸지만 정치인 개인의 문제에 머물렀다. 정당 차원의 문제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도 “사람들이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젠더 이슈로 받아들인 결과”라며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도 기저에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지지자들이 개인의 문제와 당 차원의 문제를 구분해 바라봤고, ‘정치 이슈’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비슷한 시기에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등 굵직한 정치 이슈가 몰려 관심이 분산된 측면도 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안 전 지사 의혹 보도(5일) 다음 날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가 나왔다. 여권이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부분을 막아준 측면이 있다”면서 “전국 지지율은 물론이고 충청권에서도 지지율이 하락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 차원의 신속한 대응도 지지율 하락을 막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안 전 지사의 의혹이 보도되자 곧바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안 전 지사를 출당·제명하기로 결정했다. 또 당 지도부는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자 박 전 대변인에게 충남지사 예비후보직 자진 사퇴를 강하게 권유해 논란 확산을 막았다. 박 교수는 “안 전 지사, 박 전 대변인의 거취를 두고 별다른 정치적 논쟁이 벌어지지 않았다. 여당이 정치적으로 잘 선제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을 연예기획사에 비유하자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고 안희정·박수현은 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 중 하나”라면서 “소속 연예인들이 개인적 일탈 행동을 했다고 해서 회사 전체의 주가가 떨어지지 않듯 당 지지율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도 “지지자들이 하나의 현안으로 지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상황을 본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도 당 지지율과 직결된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주요 후보에게 또 다시 성폭행 의혹이 제기되거나 여권에서 지속적으로 사생활 논란이 언급된다면 선거 막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조 교수는 “계속해서 여권에서 성 문제가 제기된다면 무당파이면서 동시에 미투(#MeToo)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선거 막판까지 선택을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판 신재희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