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페북 사태 후폭풍… “규제완화 능사 아냐” 회의론 솔솔

입력 2018-03-22 05:00

최근 페이스북과 우버 등 글로벌 IT기업에서 잇따라 터진 사태로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불신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신기술 개발과 관련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회의론까지 나온다.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낸 보행자 사망 사고의 여파로 자율주행차 기술을 연구하던 업체들은 시험운행을 줄줄이 중단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요타는 미국 캘리포니아·미시간주에서 진행 중이던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전격 중지했다. 도요타 측은 “우버 사고가 우리 테스트 기사들에게 감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시험운행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보스턴에서 테스트를 받고 있던 미국 스타트업 누토노미의 자율주행차도 멈춰 섰다. 누토노미는 2016년 8월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택시의 시험운행을 시작해 주목받은 업체다.

페이스북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거 대선 캠프로 대거 유출된 스캔들도 일파만파다. 피해 규모만 50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각국이 페이스북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영국 의회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에게 출석 요청서를 보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으로 페이스북 가입자들의 대규모 탈퇴 조짐도 감지된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연일 폭락해 이틀 사이 500억 달러(53조6000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페이스북 사태 후폭풍이 IT 업계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글로벌 신기술 시장 선점을 위해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외쳐온 국내 업계는 숨죽인 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국가적 차원의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선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규제강화론을 압도했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달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개인정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신산업과 신기술에 대한 규제를 사전허용·사후규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규제개혁을 추진하던 우리 정부도 움찔하는 모양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자율협력주행 산업발전 협의회’ 발족식에서 “자율주행차의 핵심은 무엇보다 안전에 있다”며 “자율주행차 안전기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당분간 힘을 받기 힘들 전망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