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 전시되는 ‘세운상가’… 국가 개발의 ‘유령’

입력 2018-03-22 05:05
2018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전시에 출품되는 김성우 건축가의 ‘급진적 변화의 도시’. 현행 용적률대로 개발이 진행될 경우 세운상가의 옥상 주변 풍경이 어떻게 바뀔지를 보여주는 가상의 이미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박성태 예술감독
2018 베니스비엔날레 제16회 국제건축전에서 한국은 ‘여의도 마스터플랜’ ‘세운상가’ 등 1960년대 말 진행됐던 개발체제의 유산과 한국 현대건축의 이면을 조명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는 2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관은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을 주제로 이 같은 전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 공모를 통해 선정된 박성태 예술감독(정림건축문화재단 상임이사·사진)이 전시를 총괄하고 최춘웅 박정현 정다영 공동 큐레이터가 기획한다.

박 감독은 “한국관은 한국 개발 체제의 싱크탱크이자 당대 최고 건축가들의 집합소였던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이하 기공)’의 작업에 주목하고 그 성격을 ‘국가 아방가르드’라고 해석했다”며 “상호배타적 개념인 ‘국가’와 ‘아방가르드’의 공존과 병치를 통해 기공의 작업이 갖는 역설적인 성격을 드러내고자했다”고 설명했다.

토목엔지니어링 회사인 기공에는 고 김수근, 고 김석철 윤승중 유걸 김원석 등 한국 현대 건축사의 주역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이들이 주도한 세운상가, 구로 무역박람회, 여의도 마스터플랜, 엑스포70 등 4개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춘다.

기공은 이외에도 한강연안개발, 경부고속도로, 중문관광단지 등 현대 한국을 형성한 주요 개발계획을 도맡아했다. 그럼에도 아카이브가 구축되지 못해 실체가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령’처럼 지금의 건축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은 이본 파렐, 셸리 맥나마라 두 총감독이 ‘프리스페이스(Freespace·자유공간)’를 주제로 내세웠다. 박 감독은 “한국전 전시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아닌 국가 개발에 의해 시작된 아시아와 제3세계 도시와 건축이 당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관 전시는 아카이브전과 7인(팀)의 참여 작가들의 신작으로 꾸며진다. 김성우(엔이디건축사사무소)는 세운상가를 대상으로 ‘급진적 변화의 도시’를, 바래(전진홍+최윤희)는 구로 산업박람회를 대상으로 ‘꿈 세포’를 선보인다. 사진가 김경태, 소설가 정지돈도 참여한다. 국제건축전은 5월 24일 개막해 11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