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 참석해 남·북·미 3국 정상회담 가능성을 밝혔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진전 상황에 따라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불가능해 보였던 북·미 정상회담이 급부상해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한 것을 생각하면 3국 정상회담은 또 다른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신중한 성격의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물밑에서 논의가 제법 진전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성급한 낙관론은 자제돼야 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난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의견을 조율한 뒤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일괄타결토록 한다는 게 ‘중재 외교’의 기본 구도다.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조건으로 북한과 미국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이번 기회에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남북 및 북·미 경제협력까지 모두 해결하겠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 문 대통령이 참석해 결론을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어려운 일일수록 강한 의지와 낙관적인 자세가 필요하지만 지나친 장밋빛 구상은 곤란하다.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들은 단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으로 복잡한 북핵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상회담은 실무팀이 협상을 진행할 여건 마련으로 충분하다는 뜻이다. 큰 틀에서 합의가 나와도 이를 실행하려면 복잡한 조율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핵문제는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동반한다. 북한이 핵 폐기를 선언해도 실제로 폐기했는지 확인할 방법을 찾아 강제해야 한다. 미국은 아직 어떤 방식으로 북한의 핵 폐기를 확인할 것인지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시설 및 장비를 미국에 넘기는 리비아 방식 북핵 폐기론을 제기한 것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는 정도다. 북한은 이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협상이 결렬되고 다시 시작되기를 수차례 반복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협정 체결과 경제협력이 곧 달성될 것처럼 분위기를 띄울 필요는 없다. “정상회담에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신중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한 문 대통령 자신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벌써부터 남북교류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가 거론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은 평양에 가겠다고 나선다.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자제해야 한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설] 정상회담 한 번으로 모두 해결하려는 욕심 버려야
입력 2018-03-2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