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임직원 11명이 검찰에 송치된 대림산업의 갑질은 충격적이다. 원청업체의 횡포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내용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경찰청에 따르면 민자 고속도로 공사를 맡은 대림산업의 한 현장소장은 하도급업체 대표에게 대학에 입학한 딸이 타고 다닐 고급 승용차를 요구해 받아냈다. 현장소장은 “타고 다닐 차를 알아봐 달라”는 식으로 말했지만 업체 대표는 4600만원짜리 외제 승용차를 구입해 바쳐야 했다. 다른 토목공사 현장 총책임자는 아들 결혼 축의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현장소장이 “본부장 아들의 결혼식이 있는데 인사나 하라”고 했지만 사실상 상납을 요구한 것이었다. 대림산업은 관련 부서 부장부터 차장, 과장까지도 2011∼2014년 이 하도급업체 대표로부터 발주처와 감독관, 본사 임원 접대비 등 명목으로 1인당 수천만원의 돈을 뜯어냈다. 감리업체 임원도 1600만원을 뜯어냈다니 흡혈귀들이 따로 없다. 하도급업체 대표는 원청업체와의 계약 유지가 목숨 줄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계속되는 횡포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원청업체의 갑질은 건설업종이 특히 심하지만 유통업이나 IT 업계 등을 가리지 않고 만연해 있다. 공사대금을 늦게 지급하거나 지연이자를 주지 않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기술을 탈취하거나 각종 추가 비용을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 갑질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하도급업체들이 계약 해지 등 보복을 우려해 신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청업체의 갑질은 하도급업체의 부실을 초래하고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범죄인 만큼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처벌을 강화하고 전속고발제 폐지를 통해 피해 업체가 직접 고발하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2차 피해를 막을 장치를 마련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사설] 딸 외제 승용차까지 받아 챙긴 원청업체의 갑질
입력 2018-03-2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