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헌을 정쟁거리로 전락시키는 청와대와 제1야당

입력 2018-03-22 05:00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안 내용을 연 3일 나눠서 발표하고, 제1야당 대표는 국회 개헌 투표에 참여하는 자당 소속 국회의원을 제명시키겠다고 한다. 청와대와 제1야당이 개헌이라는 엄중한 정치행위를 한낱 정쟁거리로 전락시키는 한심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20일부터 22일까지 날마다 대통령 개헌안의 주요 내용을 발표 중이다. 20일에는 헌법 전문과 기본권 관련을, 21일에는 지방분권 및 경제 분야를 발표했고, 22일에는 대통령 권한 부분을 밝힐 예정이다. 대통령 개헌안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실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개헌안 소개밖에 안 된다. 이쯤 되면 개헌안 내용을 놓고 벌이는 정치 이벤트 수준이다. 그런 것을 세 번에 쪼개서 하니 많은 국민들의 눈에는 ‘쇼, 쇼, 쇼’로 비칠 수 있다.

개헌안 내용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들이다. 이념적 성향에 따라, 이해 상충에 따라 뚜렷이 찬반이 갈린다. 그런데 공청회 같은 공개적인 토론을 거쳤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대통령도 개헌 발의권을 갖고 있지만 헌법의 유래나 헌법의 취지에 따른다면 국회가 개헌을 주도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니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개헌안을 청와대가 이렇게 밀어붙이는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개헌에 반대하는 세력을 반개혁적이라고 공격하고, 지지세를 뭉치게 하는 갈라치기 선거 전략이란 오해를 받을 만하다.

이에 대응하는 제1야당 대표의 대응은 참으로 민망한 수준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개헌 투표를 위해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는 자당 국회의원을 제명하겠다고 말했다. 소속 의원을 주머니 속 돌멩이 정도로 여기는 모양이다. 한국당은 개헌안 자체를 내놓지 않은 채 합리적인 설명 없이 시기를 뒤로 미루자고만 주장하고 있다. 책임 있는 제1야당의 자세가 아니다. 그러니 늘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현 정권에 증오심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개헌 국면이 이렇게 정략적으로, 정쟁거리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 정당 대표들은 직접 만나 개헌 시기와 논의 기구 등에 관해 막판 타협을 해보라.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