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독청년들은 힘들다. 삶은 고단하고 팍팍한데 교회와 세상 양쪽에서 자꾸만 흔들어댄다. 교회에선 끊임없이 봉사와 헌신을 요구한다. 목회자의 도덕적 일탈과 추락, 교회 세습, 신학대 파행 사태 등이 교회를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어깨를 펴고 살기도 힘들다. 초·중·고교 시절 뜨거운 찬양 열기 속에서 예배를 드리고, 수련회에 참석하며 청년부에선 제자훈련도 받은 한국교회 청년들인데,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노마드 교회’(새물결플러스)는 현재 20∼40대 청년들이 교회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섭렵했지만, 정작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 복음은 제대로 모르고 있는 데서 원인을 찾는다. 저자 더함교회 신성관 목사는 주목받는 30대 중반의 목회자. 그동안 ‘심플리 가스펠’ ‘심플리 바이블 플러스’ 등의 책을 쓰며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 성경읽기를 강조해 왔다. 새물결아카데미 등 여러 기관에서 성경 개관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성경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 들어본 적 있는가. 둘째, 출애굽기 19∼24장의 언약식에 대해 들어봤는가. 마지막으로 복음서에서 예수가 선포한 하나님 나라의 의미를 아는가라는 질문이다.
저자는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복음을 읽기 위해 1세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신구약이 어떻게 전달됐을지 그 시대의 눈으로 조명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의 정체성을 ‘종’으로 인식하고 참된 해방을 고대했다. 그들은 예언서 등을 통해 답을 구했지만 구약은 하나님의 통치를 ‘누가’ ‘어떻게’ 가져올지에 대한 기대만 남긴 채 끝났다. 그리고 그 질문의 해답은 복음서를 통해 이뤄진다. 저자는 “복음서 저자들은 바벨론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시대에 걸쳐 이어진 이방 왕의 통치가 종말을 고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진정한 해방의 소식인 하나님 통치의 도래가 ‘예수’를 통해 이뤄진다고 말한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당시 예수가 선포한 하나님 나라는 죽음으로 인류를 ‘천국’이라는 공간으로 이동시킨다는 의미의 하나님 나라를 말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스라엘 역사에서 중요한, 하나님의 통치가 살아있는 ‘나라’를 예수 자신이 이 땅에 새롭게 가져왔다고 선포하신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나님 나라의 개념을 소개한 뒤, 창세기부터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메시지를 읽는 ‘신학적 읽기’를 시도해 나간다. 창세기를 둘러싼 창조론과 진화론 논쟁 속에서 중요한 메시지는 우리가 창조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점을 짚어준다. 이어 ‘갑질’ 논란, ‘금수저 흙수저’로 대표되는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된 한국 현실에 대해 하나님 나라 복음은 뭐라 말하는지 풀어낸다. 사랑과 정의, 희년과 토지 등 청년들이 일상에서 부딪힐 법한 주제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땅의 청년들에게 헬조선 대한민국의 일원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위한 노마드로 살 것을 권하고 있다. 노마드란 중앙아시아, 몽골 등 건조한 사막지대를 옮겨 다니며 살아가는 유목민을 뜻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노마드란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자가 아닌 불모지를 새로운 생성의 땅으로 바꿔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새로이 규정하고 있다. 책 제목의 ‘노마드 교회’ 역시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에 정착했지만 이 땅의 참된 주인이 누구인지를 인식하고 오로지 거류민으로 살아가는 성도나 지역 교회를 뜻한다”고 정의한다. “개인으로서의 성전이 모여 공동체적 교회를 이루고 다시 흩어지면서 형성되는 것이 바로 노마드 교회”라는 부연이 의미심장하다.
저자는 청년들을 위해 썼다고 밝혔지만,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 복음의 의미를 찾으려는 이라면 청년뿐만 아니라 누가 읽어도 좋을 책이다. 모든 이슈에 대한 정답까진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접근법과 신선한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헬조선 청년들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살기
입력 2018-03-2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