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없어도 서비스 가능, 심사委서 혁신기업 지정
펀드 150억 투자 의무화… 신탁계약도 비대면 도입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2016년 12월 ‘테크핀(TechFin)’이라는 신조어를 고안했다. 금융회사가 새 기술을 접목한 금융서비스를 선보이는 게 ‘핀테크’라면 정보기술(IT)업체가 주도하는 금융혁신을 ‘테크핀’이라고 부른 것이다. 알리바바그룹의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은 모바일 결제, 온라인 대출 등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앤트파이낸셜의 서비스 이용자는 5억명이 넘는다.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핀테크를 넘어 테크핀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한국의 온라인 서비스 이용자 가운데 핀테크 이용 비중은 32%로 주요 20개국의 평균(33%)에 못 미쳤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가 발표한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중 한국 기업은 간편송금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뿐이었다.
한국의 핀테크 산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촘촘한 ‘규제 그물’이 꼽힌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만든 규제가 오히려 핀테크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규제를 완화하고 핀테크 업체를 지원하는 내용의 핀테크 활성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208개였던 핀테크 기업을 2022년 400개까지 늘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처음 발표되는 핀테크 활성화 정책의 핵심은 ‘혁신금융서비스 제공기업’에 최대 4년간 각종 금융 규제를 면제해주는 것이다. 혁신금융서비스 업체로 지정되면 별도의 금융업 인허가를 받지 않아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금산분리 등 핵심 원칙을 뺀 다른 금융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금융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금융심사위원회에서 혁신금융서비스 업체를 지정한다. 금융위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또 핀테크 기업에 대한 금융투자를 확대한다. 금융위는 성장사다리펀드 자산 중 100억∼150억원을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실제 금융생활을 바꿀 수 있는 구체적 내용도 대책에 포함됐다. 우선 영상통화 등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는 금융투자 상품의 범위가 늘어난다. 향후 신탁계약을 비대면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도 활성화된다. 별도 단말기 등이 필요치 않은 ‘앱투앱(App-to-App)’ 방식의 계좌결제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년부터 매출액 5억원 이하인 영세·중소 온라인사업자에 적용되는 카드 수수료도 내리기로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핀테크’ 넘어 ‘테크핀’으로… 혁신기업 4년간 규제 면제
입력 2018-03-2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