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前 회장에게서 22억6000여만원 받아
최등규 회장은 5억 상납 대가로 4대강 사업 수주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인사청탁 대가로 고가의 맞춤 정장을 선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건설사가 4대강 사업에 참여한 사실도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20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1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서 1230만원 상당의 고가 정장 브랜드 의류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중 150만원짜리 정장 다섯 벌과 180만원짜리 코트 한 벌을 챙겼다.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등 사위 두 명도 정장을 한 벌씩 맞춰 입었다.
이 전 회장은 같은 해 6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 보좌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회장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내정하도록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 등을 압박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10년 12월엔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명품백과 현금을 상납했다. 이 전 회장은 5만원권 1억원어치가 담긴 241만원짜리 루이뷔통 가방을 이 전무에게 건넸다. 이 가방은 이 전무 아내 이주연씨의 손을 거쳐 청와대 관저에서 김 여사에게 전달됐다. 이 전 회장은 이듬해 2월 사상 처음으로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이 전 대통령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이 전 회장에게서 상납 받은 금품은 총 22억6230만원에 이른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를 적용했다. 김 여사와 이 전무도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14일 검찰 조사실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19일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같은 내용을 적시했다.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은 2007년 9월부터 11월까지 다섯 차례 현금 5억원을 이 전 대통령 측에 상납한 뒤 4대강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의 골프 라운딩에서 “(4대강 사업의 전신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참여해 공약 실현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대보건설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4대강 사업에 참여, 200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정장·코트부터 명품백·현금까지… MB부부의 뇌물받는 법
입력 2018-03-2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