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안] 검사 영장청구권 삭제… 영장청구 주체 다양화 길 열려

입력 2018-03-20 18:58 수정 2018-03-20 18:59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헌법 전문과 국민 기본권 분야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오른쪽은 김형연 법무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은 현행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을 삭제했다. 구속·체포·압수수색 등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주체가 다양해지는 길이 열린 셈이다. 검찰로서는 1962년 제5차 개헌 이래 56년간 유지해 온 권한을 내려놓게 된다.

조국 민정수석은 20일 브리핑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 헌법에 영장청구 주체를 규정한 나라가 없다”며 “(해외) 다수 입법례에 따라 영장청구 주체에 관한 부분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헌법 제12조 13항 등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다만 검사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현행 형사소송법은 유효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조 수석은 “헌법에서 영장청구권 조항이 삭제돼도 현행 형소법은 여전히 합헌”이라며 “형소법에 영장청구권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는 국회가 결정할 몫”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이 개헌안을 밝힌 오전 11시쯤 문무일 검찰총장은 부산행 비행기 안에 있었다.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씨를 만나 과거사 사건을 사과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검찰 내부에선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서울의 한 검사는 “(영장청구권을) 형소법에서 삭제하는 건 훨씬 더 쉽지 않겠느냐”며 “영장 청구 주체가 늘어나는 건 국민에게 좋은 일이 아닌데 답답하다”고 했다. 대검 관계자는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했다.

이번 개헌안은 국민참여재판에 헌법적 근거도 부여했다. 김형연 법무비서관은 “현행 헌법의 ‘법관(직업판사)에 의한 재판 받을 권리’를 ‘법원에 의한 재판 받을 권리’로 개선했다”며 “배심원 결정(평결)에 권고적 효력만 있는 현재의 국민참여재판이 향후 미국식 배심 재판으로 발전할 여지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도 재판에 넘겨진 사람(피고인)에서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피의자)까지로 확대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