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중기 옮겨도 자격 상실, 정부·기업 지원금 토해내야… 정부 장기근속 유도 고육책
석달 직장 탐색기간도 짧아 질 낮은 일자리 내몰릴 우려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청년일자리 대책이 청년들의 직장선택권을 고려하지 않은 방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핵심사업인 ‘청년내일채움공제’(이하 채움공제)가 이직을 허용하고 있지 않아서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지만 직장 탐색기간이 충분치 않아 청년들을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모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채움공제는 첫 직장으로 중소·중견기업을 선택한 15∼34세 청년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신규 취업자가 3년간 600만원을 납입하면 정부가 1800만원을 지원한다. 여기에 기업이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 1050만원 중 600만원을 추가로 얹어준다. 청년이 1년에 200만원씩 3년만 내면 총 3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중소·중견기업 취업을 꺼리는 청년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정책이라 3·15 청년일자리 대책의 핵심사업으로 꼽힌다.
문제는 중소기업에 취직한 뒤 채움공제 혜택을 받는 청년이 가입기간 중 다른 중소기업으로 이직하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받았던 지원금 중 일부는 다시 토해내야 한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직으로 채움공제 자격을 상실할 경우 기업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모두 반환해야 한다. 정부지원금 역시 1년치(600만원)를 넘어서는 부분은 돌려줘야 한다.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다는 조건은 똑같아도 채움공제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2400만원에서 최대 600만원으로 쪼그라드는 셈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오래 일할 청년인력이 필요한 중소·중견기업 입장을 감안해 최소 3년은 한 직장에서 일하도록 묶어 두도록 정책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채움공제 첫 시행 때 청년인력의 잦은 이직을 우려하는 중소·중견기업의 목소리가 많아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년 입장에서는 충분히 직장을 탐색하고, 선택할 기회가 제약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취업준비생 정모(31)씨는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근로조건 등 정보가 부족한 편”이라며 “순간의 선택이 3년을 좌우하게 만든 부분은 불합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입기한을 기존 입사 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렸기 때문에 탐색기간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최소 3년을 다닐 회사를 3개월 안에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요셉 부연구위원은 “청년의 선택권을 제한한 부분은 정부 대책 중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며 “중소기업 일자리는 질적 측면에서 특히 편차가 큰 편인데,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골라줄 수 없다면 최소한 청년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中企 청년대책, 3년 근속해야 혜택… 직장 선택권은?
입력 2018-03-2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