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쏟아지는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대전환의 시대라고 불러도 어색함이 없겠다. 이 전환의 원인은 95% 이상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변화에 있다. 기상이 오늘의 날씨를 말한다면 기후는 한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반복되는 기상현상을 말한다. 만약 지구를 하나의 인격체라고 본다면 기상은 매순간 변하는 ‘기분’이라고 할 수 있고 기후는 쉽게 변하지 않는 ‘성격’에 해당한다. 기후는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인간이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어떤 집에서 살지, 어떤 일을 할지를 결정짓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기후는 추운 겨울을 몰아내는 따뜻한 봄바람이자 무더운 여름을 식혀주는 한 줄기 비였고 한 해 농사를 완성하는 태양이고 하느님 그 자체였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에너지를 몰아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기후는 세입자를 간섭하는 귀찮은 건물주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이 건물주가 우리에게 그만 나가 달라고 하고 있다.
월드이코노믹 포럼에서 발행하는 2018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를 보니 올해도 기상 이변과 온도 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가속화, 공기와 토양 및 물의 오염,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의 실패와 관련된 위험이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상승하는 기온으로 인해 전 세계 공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의 옥수수 생산이 동시에 실패할 수 있으며, 식량 체계에 중요한 곤충의 개체수가 지난 27년 동안 75% 감소해 ‘생태학적 아마겟돈’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해역에서는 명태가 자취를 감췄다. 해양수산부는 2014년부터 그 흔하던 명태에 현상금을 걸어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파시가 열려 그 지역 사람들을 먹여 살리던 명태가, 조기가, 오징어가 사라졌다. 아마도 기후변화는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더 많은 것 같다. 그중에 특히 더 나쁜 점은 맛있는 것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물 부족과 수질 관리의 어려움으로 맛있는 맥주 마시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고, 와인 역시 기온 상승으로 포도의 당도가 올라가고 알코올 도수가 높아져서 깊고 오묘한 맛의 고급 와인을 맛보는 일이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다.
그게 싫다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정부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화력 발전을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개인들은 전 세계 15억 마리나 되는 ‘소’ 고기를 조금 덜 먹어야 한다. 자동차를 덜 타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해야 한다. 일회용품을 덜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에게 입법을 촉구하는 이메일을 보내고 재생에너지에 투자해야 한다. 이렇게 우리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노력을 너무 안 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안 하고, 교회에서도 안 하고, 회사에서도 안 하고, 정부에서는 하긴 하는데 많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황은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를 2도 이하로 제한한다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달성할 가능성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한다. 우리 집과 지구 환경에 위험한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고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하지만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계의 위험은 오늘도 증가하고 있다. 그것은 너무 복잡한 문제라서 전 인류가 근원부터 체계적으로 집단적 의지를 모아야 한다. 불행하게도 이 시점에 여러 나라에서 민족주의, 포퓰리즘이 부상하고 있으며, 인류애에 근거한 국가 간 협력의 힘이 쇠퇴하고 있다.
우리가 보다 지속 가능하고 공평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낭비할까봐 두렵다.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자 부모로서 다음 세대가 쓸 만한 미래를 남겨두기 위해 우리는 함께 고민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
조윤석 십년후연구소 소장
[청사초롱-조윤석] 기후변화라는 건물주
입력 2018-03-2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