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다스 특검때도 말맞추기, 최근까지 증거인멸 계속돼… 구속된 측근들과 형평성 고려
다스 협력체 비자금 수사 땐 향후 범죄 규모 더 늘 수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사실상 예고된 사안이었다. 금액 기준 총 500억원에 이르는 뇌물·횡령 등의 범죄 규모(사안의 중대성), 증거와 관련자 진술 내용을 부인하는 이 전 대통령의 조사 태도(증거인멸 우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앞서 구속된 측근들(형평성) 등이 모두 영장 청구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검찰 관계자는 19일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개별 혐의 하나하나가 구속 수사가 불가피한 중대한 범죄 혐의”라면서 “그 혐의들이 계좌내역이나 장부 등 객관적 자료들과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로 충분히 소명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날 법원에 접수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명시된 혐의만 10여개에 이른다. 청구서는 A4용지 207쪽에 달한다.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 대한 의견서는 1000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무거운 혐의는 110억원대에 이르는 불법 자금 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다. 크게 7억원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삼성전자가 대납한 약 70억원의 다스 소송비, 2007년 대선 전후부터 2011년까지 기업 등에서 받은 35억5000만원의 불법자금 등이다. 이 중 국정원 특활비는 국고손실 혐의가 이중으로 적용된다. 다스를 통해 조성한 횡령액도 350억원에 이른다. 2007년 초반까지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다스 법인카드나 자동차를 사용하는 데 쓴 액수다.
검찰은 지난해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해도 이 전 대통령을 구속할 사유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들이 박 전 대통령 구속 당시 혐의와 비교해 질적·양적으로 가볍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증거인멸 가능성도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검찰 조사에서 다스의 실소유주임을 드러내는 사실관계부터 자신의 측근이나 가족들이 연루된 불법자금 의혹 등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특히 다스나 도곡동 땅 등 차명재산 관련 2007년 특검 수사가 말맞추기 등으로 왜곡됐던 사실을 주목했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특검 이래 이 전 대통령의 절대적 영향력하에 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최근까지도 증거인멸과 말맞추기가 계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수사 과정에서도 이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범죄에 연관된 피의자가 핵심적 증거 인멸을 하려다 구속됐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수사 의지는 이미 지난달 5일 김 전 기획관을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의 방조범으로 구속 기소할 때 드러났다고 볼 수도 있다. 검찰은 당시 공소장에서 이 전 대통령을 특활비 수수의 주범으로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혐의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종범이 구속돼 있는데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형평성이 크게 흔들린다는 점도 충분히 감안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뒤 금강 등 다스 협력업체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과 전국 10여곳의 부동산과 예금 등 차명재산을 보유하며 세금을 탈루한 의혹 등도 추가 수사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의 범죄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는 부분이다. 검찰은 이 부분을 영장청구서의 차명재산 관리 현황 등에 포함했지만 범죄 혐의로 담지는 않았다.
조민영 신훈 기자 mymi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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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3-19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