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팬’ 또는 ‘文빠’ 탐구] 팟캐스트로 논리 무장… 트윗 날리며 여론전

입력 2018-03-20 05:00
글 싣는 순서
<상> 문팬 또는 문빠, 그들은 누구인가 3人 인터뷰
<중> 어디에서 어떤 활동을 하나
<하> 그들은 왜 비판 없이 지지하나

지지층 형성 초기 팬카페 유일 팟캐스트서 이슈·논리 생산
트위터는 최대 활동 공간 온라인커뮤니티 전초기지 역할 콘크리트 지지층은 단톡방 집결
편향·획일적 목소리 비판도

문재인 대통령의 팬카페 ‘노란우체통’의 운영자 박달사순(닉네임)씨는 스마트폰으로 문 대통령 기사를 점검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댓글 중 상단에 문 대통령 비난 댓글이 올라와 있으면 ‘비공감’을 누르고 문 대통령을 칭찬하는 댓글을 단다. 그는 매일 오전 11시, 오후 4시 하루에 2번씩 서울 영등포구에서 팟캐스트 ‘닥표간장’도 녹음한다. 18일 오전 방송 녹음 주제는 BBC 기사를 오역한 언론을 향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그에게 일상이다. 문 대통령의 행보나 언론에 대한 비판 트윗 등을 하루에도 수십 개 리트윗한다.

문 대통령 지지층 형성 초기엔 ‘문사모’(문재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같은 팬카페가 이들의 거의 유일한 활동 거점이었다. 지지층의 규모가 커지고 개인용 컴퓨터(PC)에서 모바일로 매체 환경이 바뀌면서, 활동 반경은 팟캐스트, 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등으로 확장됐다.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의 활동 지형도를 그려보면 팟캐스트는 허브 위치에 놓여 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팟캐스트 ‘정치신세계’의 진행자인 권순욱 NewBC 대표는 19일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에게 팟캐스트는 저수지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지류에서 물을 받아 논밭에 물을 분배해주는 저수지처럼 팟캐스트는 SNS에 유통되는 뉴스를 종합한 뒤 그 의미를 해석해주고, 핵심 지지층을 위한 이슈와 논리를 만든 뒤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팟캐스트는 핵심 지지층에게 교육기관이자 이슈 생산 기지인 셈이다.

팟캐스트 중 tbs 라디오로도 방송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영향력은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 사이에서 막강하다. 구독자 수만 약 15만명이다. 정청래 전 의원은 “핵심 지지층은 (김어준씨가 진행하던) ‘나꼼수’ ‘파파이스’ 등이 문재인정부 탄생 과정에서 공이 크다고 생각해 그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트위터는 가장 많은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이 활동하는 SNS다. 트위터는 익명성이 잘 보장되기 때문에 지지층들이 선호한다. 트위터는 문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댓글로 공격하거나, 비판적인 댓글에 ‘비공감’을 클릭해 노출 순위를 낮추는 방식의, 이른바 ‘댓글 전쟁’ 독려가 활발히 이뤄지는 곳 중 한 곳이다. 특히 문 대통령을 뜻하는 ‘이니’ ‘문’ ‘달빛’ 등이 들어간 아이디로 활동하는 파워트위터리안의 트위터 내 여론 장악력은 큰 편이다. 정 전 의원은 “1000회 이상 리트윗된 트윗은 트위터 내에서 공식 여론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트위터와 함께 ‘댓글 전쟁’의 전초 기지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엠엘비파크, 오늘의유머, 클리앙 등은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이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다. 과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노사모가 해체된 뒤 이들 커뮤니티에서 정치적 의견을 많이 게재하며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커뮤니티는 과격한 공격성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한 지지자는 “보통 포털 다음 카페 ‘소울드레서’ 등 여성 비율이 높은 커뮤니티가 ‘댓글 전쟁’의 중심인데, 그 공격성이 지나치다보니 지지자 사이에도 호불호가 갈린다”고 말했다.

카카오톡·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은 핵심 지지층 중에서도 ‘콘크리트 지지층’이 모이는 곳이다. 보통 오프라인 모임에서 알게 된 지지자의 소개로 알음알음 채팅방에 초대된다. ‘달빛기사단’이라는 채팅방이 유명했지만, 여러 채팅방 중 하나였을 뿐 수천 개의 지지자 모임 채팅방이 있다고 한다. 문 대통령 관련 기사 공유가 주된 활동이다.

다만 과거 다른 정치인 지지모임과 달리 소수의 인사들이 여론을 주도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게 문 대통령지지 팟캐스트 및 팬카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지지층 사이에 조직이 없고, 파워트위터리안이라고 하더라도 서로를 잘 모른다. 어느 누군가가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지층들의 댓글이나 지지 논리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빈 민주당 디지털대변인은 “이들은 오랫동안 문 대통령 지지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공통된 가치관을 갖게 됐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소수의 ‘빅 스피커(Big Speaker)’가 지지층 사이에서 더 많은 영향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지지층의 편향적 매체 접근 방식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은 팟캐스트 등 자신들의 생각과 비슷한 매체만 접한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생각이 한쪽으로 쏠리고 확증 편향의 영향으로 그 생각이 더 단단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 단일팀 구성에 서운한 마음을 표시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의 SNS에 악플을 쏟아내는 지지층의 행동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김판 기자 wood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