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9+ 원가에 숨은 마케팅 전략

입력 2018-03-20 05:00

105만원짜리 원가 40만원 듀얼캠 등 비싼 부품 탓
원가율 38.3%로 올라 제품 스펙 높여 고객 붙들기
아이폰Ⅹ은 원가율 30% 삼성, 애플보다 수익 떨어져

스마트폰 100만원 시대를 맞아 제품 원가와 원가비율이 얼마인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부품 원가는 둘 다 4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출고가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원가비율은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훨씬 높다. 왜 그럴까.

19일 미국 IT전문매체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갤럭시S9 플러스(+) 64GB 모델 출고가는 105만6000원, 원가는 40만5000원이다. 전작인 갤럭시S8 플러스(+) 64GB 모델과 비교했을 때 출고가는 6만6000원, 원가는 3만9000원 올랐다. 원가비율은 갤럭시S9+ 38.35%, 갤럭시S8+ 36.97%다.

반면 애플의 아이폰Ⅹ 64GB 모델의 출고가는 136만700원, 원가는 41만6000원이다. 갤럭시S9+와 비교하면 원가는 약 1만원 비싸지만 출고가는 30만원 이상 비싸다. 원가비율도 30.57%로 더 낮다.

제조사로선 원가비율이 높으면 수익률을 끌어올리기에 불리하다. 통상 스마트폰 가격은 원가와 인건비, 마케팅·유통·연구개발(R&D) 비용, 브랜드 가치와 경쟁작 출시 여부 등 시장상황을 고려한 수익률을 따져 책정한다. 원가비율이 오르면 그만큼 다른 비용을 줄이거나 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실제로 원가비율 차이는 수익률 차이로 이어진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스마트폰 1대를 팔 때 약 16만원의 수익을 올리지만 삼성전자는 1대당 약 3만3000원을 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100만원이 훌쩍 넘는 아이폰도 꿋꿋이 사주는 충성고객을 많이 갖고 있다”며 “원가와 관계없이 비싸게 파는 고가 전략에서만큼은 애플이 삼성전자를 앞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S9+의 원가비율이 전작인 갤럭시S8+보다 높아진 것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가 수익률이나 마케팅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늘리는 대신 부품 스펙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는 의미다. 갤럭시S9+에는 단가가 비싼 듀얼 카메라와 최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이 탑재됐다.

수익률을 줄이면서까지 원가비율을 올린 건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 고객의 발길을 붙잡아두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신구 모델의 성능 차이가 줄어든 데다 가격까지 100만원을 웃돌자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눈에 띄는 혁신이 없는 상황에서 부품까지 싼 걸 쓰면 제품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잃게 된다”며 “전작보다 제품 스펙은 키우면서도 출고가 인상을 최소화하려다 보니 원가비율이 올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