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의 특권 내려놓기 “대법관 후보자 제시권 포기 검토”

입력 2018-03-20 05:00
사진=뉴시스

안철상·민유숙 후보자 제청 때도 권한행사 안해
헌법재판관 지명 절차에 추천위 설치방안도 검토

대법원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후보자를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을 포기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대법원장이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대법관 후보자 명단에 올릴 수 있는 권한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제왕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대법원장의 막강한 인사권을 조금이나마 내려놓겠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20일 열리는 국회 사법개혁특위 업무보고를 앞두고 제출한 자료에서 “대법원장이 추천위에 대법관 제청 대상자를 제시하는 권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명수(사진) 대법원장은 지난해 말 안철상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 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근거규정 자체를 없애겠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장은 임기 6년 내에 바뀌는 대법관 전원을 제청할 수 있다. 추천위가 대법관 후보자의 3배수 이상을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이 중 적임자를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하지만 대법원장은 추천위 규칙 제7조 1항에 따라 자신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추천위에 제시할 수 있다. 추천위는 부적격 사유가 없다면 이 사람을 추천인 명단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대법원장이 원하는 사람을 추천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어 추천위 활동의 자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대법원 안이 확정되면 김 대법원장은 오는 8월 임기가 끝나는 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을 비롯해 대법관 11명의 후임자 제청 과정에서 제시권을 행사하지 않게 된다. 헌법에 규정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만 행사하는 셈이다.

대법원은 또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절차에도 현재 대법관 지명 절차와 유사한 추천위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한다. 하지만 대법관과 달리 천거를 받거나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다. 대법원 측은 “헌법재판관 지명 절차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국회에 출석해 이 같은 내용의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