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반복은 없다”… 韓·美·日 ‘완전한 비핵화’ 협의

입력 2018-03-20 05:00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에서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연쇄 정상회담 전략 등 논의 긴밀한 공조 계속해 나가기로 비핵화 때까지 제재·압박 확인
康 외교 “약속한 대가는 없다 北이 행동 땐 더 나아갈 수도”
남·북·미 1.5트랙 대화 본격화

한국 미국 일본 3국의 안보 수장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방안을 집중 협의했다.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은 살려나가되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때까지 강력한 대북 압박 공조를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17∼18일(현지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참석자들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앞으로 수주간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말은 북한이 대화에 나오는 것만으로 제재 해제 등 보상을 제시했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비핵화 발언을 구체적 행동으로 보일 때까지 제재·압박을 흔들림 없이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정 실장과 맥매스터 보좌관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사이 한·미 정상회담을 여는 문제도 심도 있게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은 정 실장이 중국, 러시아를 방문해 대북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설명한 직후 이뤄졌다. 그런 만큼 대북 대화 및 압박 유지 국면에서 중·러의 협조를 구하는 문제도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일 안보수장의 샌프란시스코 회동은 알려진 것만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8월 첫 회동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 이뤄졌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남북 대화가 급물살을 타던 지난 1월 중순에도 3국 안보수장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비공개로 만났다. 샌프란시스코를 회동 장소로 택한 건 워싱턴DC보다 한국과 일본에서 가깝고, 보안 유지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이 시점에 우리가 대화의 대가로 북한에 약속한 것은 전혀 없다”며 “북한이 행동을 보이면 더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입으로 비핵화 약속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럽연합(EU) 외교이사회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인 강 장관은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발스트룀 장관은 최근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한편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남·북·미 간 1.5트랙(반관반민) 대화는 19일 핀란드 정부가 주최한 만찬을 시작으로 21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대화는 오래전부터 예정된 학술회의 성격이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탐색적 대화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주목받고 있다. 북한에서는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이 대표로 참석하고 미국에서는 캐슬린 스티븐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대사가 나선다. 한국에서는 신각수 전 주일대사와 신정승 전 주중대사,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등이 참석한다.

권지혜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