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지 “미투에 봉변” 교수직 사의

입력 2018-03-19 18:57 수정 2018-03-19 21:54
하일지 교수. 뉴시스

미투(#MeToo) 운동을 통해 가해자로 지목된 대학 교수들이 연이어 강단을 떠났다.

한국외대는 중동전문가로 손꼽히는 중동·아프리카어과 A교수(52)가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19일 곧바로 교수직 사퇴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한국외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에 다녔다고 소개한 B씨는 이날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08년부터 최근까지 대학원생들 엠티(MT)나 사무실 등에서 A교수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A교수는 서면으로 사퇴의사를 밝혔다.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고 12시간도 채 지나기 전이었다. 입장문에서 A교수는 “저의 성숙하지 못한 언행으로 제보자의 마음에 상처와 고통을 입힌 것을 사과드린다”며 “교수직을 포함한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고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하일지 교수도 이날 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수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학생에게 강제 입맞춤을 했다는 주장이 나온 지 닷새 만이다. 그는 강의 중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의혹을 언급하며 미투 운동을 폄훼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 교수는 “미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례하고도 비이성적인 봉변을 당했다”며 “강의의 몇 토막이 악의적으로 유출돼 언론에 배포됐고, 평생을 두고 문학의 길을 걸어온 저는 졸지에 인격 살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김태훈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도 사표를 제출했다. 학교는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