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빅데이터 산업 발전 ‘걸림돌’ 다 치운다

입력 2018-03-20 05:05
사진=뉴시스
익명 정보 보유 기간 없애… 사전 동의제도 순차 완화
최종구 “소비자 맞춤형 상품 경쟁적 개발 유도”


미국 비자(VISA)카드는 고객의 결제위치, 시점, 구입 상품을 실시간 파악해 인근 가맹점의 할인쿠폰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 동의하에 금융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뤄지는 서비스다. 국내에서는 빅데이터 정보의 활용 범위가 애매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국내 빅데이터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었던 각종 제도 정비에 나선다. 금융위원회는 19일 금융분야 빅데이터 활용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최종구(사진) 금융위원장은 “데이터 활용 환경을 개선해 소비자 맞춤형 금융상품이 경쟁적으로 개발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는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다. 흔히 4차 산업혁명의 원유에 비유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금융권 빅데이터는 전체 데이터의 약 50%를 차지할 만큼 활용도가 높다. 금융회사가 개인 신용정보를 더 세밀하게 파악해 대출금리를 낮춰주거나 보험료를 할인해줄 수도 있다. 고객이 금융거래 내역이 별로 없어도 휴대전화 요금을 꼬박꼬박 내왔다면 해당 데이터를 활용해 대출금리 혜택을 주는 식이다.

이미 미국 씨티그룹은 IBM의 인공지능 ‘왓슨’으로 빅데이터를 분석, 개인 신용평가에 활용 중이다. 핀테크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도 통신·온라인 정보를 활용해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 때문에 이런 서비스가 걸음마도 제대로 못 떼고 있다. 원인으로는 강한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꼽힌다. 한국의 규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었는데 2014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 이후로 더 강화됐다. 정보 처리와 관련해 일일이 고객들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하고, 정보도 5년이 넘으면 파기해야 한다. 빅데이터를 익명 처리해 사용할 수 있지만 요구되는 익명처리 수준도 해외에 비해 너무 높았다.

금융 당국은 우선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익명처리된 정보는 보유기간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엄격한 사전동의제도 순차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신용정보원 등은 대출·연체·보증 정보 등과 관련해 표본 데이터베이스(보유정보의 2%를 무작위 추출)를 만들기로 했다. 이 자료를 중소형 금융회사, 핀테크 기업 등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조치들이 실시되면 금융 환경에 다양한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국내 카드사도 고객에게 인근 가맹점의 할인쿠폰을 보내는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고객이 통신·전기·가스 요금을 잘 냈을 경우 금융회사가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다. 청년층이 신용평가에서 받는 불이익이 완화되게 된다. 고객이 자신의 신용정보를 핀테크 회사에 모은 후 적합한 예금·대출 서비스를 추천받는 등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규제 완화로 개인정보가 침해되지 않도록 소비자 대응권은 강화한다. 빅데이터를 통해 산정된 자신의 개인신용평가 등급, 보험료 등에 설명을 요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된다. 금융 당국은 올해 신용정보법 개정 등을 통해 빅데이터 활용 관련 과제들을 추진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