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훈련, 수위 조절해도 敵 격멸 임무 잊지 말라

입력 2018-03-19 18:53
군 당국이 20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일정을 발표한다.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독수리 훈련은 다음 달 1일부터 한 달 동안,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지휘소연습인 키리졸브 훈련은 23일부터 2주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연합훈련에는 핵추진 항공모함·잠수함과 전략 폭격기 등 이른바 전략 자산이 전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훈련에는 주한미군과 해외증원병력 등 미군 1만여명과 핵항모 칼빈슨, 핵잠수함 콜럼버스,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등 전략 자산이 참가했다. 군 당국은 예년 수준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로키(low-key)로 진행될 것이 확실시된다. 더구나 7조3000억원 예산이 투입되는 스텔스 전투기 F-35A 출고식도 예정보다 조촐하게 치를 예정이다. 북한 눈치 보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물론 지난해와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상당히 다르다. 핵·미사일 도발에서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 국면으로 바뀌었다. 주변 강국과 유엔·EU 등 국제사회도 대화 국면을 적극 지지한다. 그러니 정상회담의 사전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훈련의 규모와 강도를 조절하는 건 이해한다. 이것도 대북 협상 과정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연합훈련의 목표와 성과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 한반도 정세가 확 바뀐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경제적 대북 제재와 한·미 연합전력의 강력한 압박이 작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정세가 좀 부드러워졌다고 그 억지력까지 완화시키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한·미 연합군 지휘부가 판단해 필요하다면 핵잠수함 등을 참가시키고 공개하지 않으면 된다.

아무리 대화 국면이라 할지라도 억지력이 완화되지도, 완화할 생각도 없다는 신호를 북한에 분명히 보내야 한다. 그게 향후 협상력을 제고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차원에서 준(準) 전략 자산급 F35B를 실은 강습상륙함 와스프를 참가시키고, 격년으로 실시하는 한·미 해병대의 연합 상륙작전을 취소하면 안 된다. 한반도 정세를 감안한 전략적 유연함도 필요하지만, 군의 기본 책무는 전쟁 억지력 확보 및 일단 유사시 이유 불문하고 적을 격멸시켜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