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미술관 ‘이마 픽스’
김아영·이문주·정윤석 미술계 중견 작가 조명
금호미술관 ‘영아티스트전’
35세 이하 신진 작가 지희킴·강호연 등 개인전
미래에 한국 미술의 전설이 될 작가들은 누굴까. 주요 미술관의 공모전이나 기획전은 그런 가능성을 탐험하는 재미가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과 삼청로 금호미술관이 그런 탐험의 묘미를 주는 기획전을 갖고 있다. 선발전이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작가 연차에서 차이가 난다. 금호미술관 '영아티스트전'이 신진 등용문이라면, 일민미술관 '이마 픽스(IMA PICKS)'는 어느새 롤 모델로 성장한 미술계 '허리 작가'를 조명한다.
금호미술관 ‘2018 금호 영아티스트전’은 35세 이하를 대상으로 공모한 뒤 심사를 거쳐 뽑힌 금호 영아티스트 작가들에게 개인전을 열어주는 프로그램이다. 2004년부터 시작됐으니 14년이 됐다. 이번에는 2016년 선정된 지희킴(35), 2017년 뽑힌 강호연(33), 우정수(32), 정희민 (31)등 4명이 층별로 개인전을 갖고 있다.
영국 골드스미스대학 석사를 마친 지희킴은 기억에 천착해 20분 전 기억부터 수십 년 전 유년의 기억까지 한 화면에 풀어놓는다. 이를테면 초등학교 때 TV 영화에서 본 익사 장면의 충격, 고교 때 좀처럼 못했던 물구나무서기의 악몽, 어릴 때 할아버지 집에서 본 박제된 새의 놀라움 등이 엉겨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기억은 우리 모두를 존재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조소과 출신으로 영국왕립예술학교 유학을 다녀온 강호연 작가는 일상용품을 소재로 태양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태양인 전구를 중심으로 축구공 비누 화분 베개 등이 행성을 상징하며 매달려 있다. 그 물건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찍어 전시했다. 검은 바탕에 녹색 지구처럼 떠있는 상추 화분이 먼 별에서 본 장면처럼 그럴싸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석사)를 졸업한 정희민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를 회화로 표현했다. 가상의 느낌을 주기 위해 붓 대신 에어브러시를 사용했다. 한예종 전문사 출신의 우정수 작가는 성서 이야기를 흑백 드로잉으로 그렸다. 후광을 지우기도 하고, 추상적 이미지를 삽입하기도 하면서 전혀 다른 서사로 해석하게 한다. 4월 1일까지.
일민미술관의 ‘이마 픽스전’은 올해 처음이다. 조주현 학예실장은 “당대 주제를 잘 보여주고, 10년 이상 각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활동을 펼쳐온 작가들을 조명하는 기획전”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신자유주의를 주제로 김아영(39) 이문주(46) 정윤석(37) 작가가 선정됐다. 1차 관문을 통과하고 2라운드에 접어든 작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아영 작가는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본 전시에 초청받은 바 있다. 영상 작품 ‘다공성 계곡’은 오늘날 핫 이슈인 난민 이주 문제를 지하광물을 의인화해 다룬다는 점에서 상상력이 번득인다. 정윤석은 영화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2014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신인에게 주는 ‘넷팩상’(최우수아시아영화상)을 받은 그에게 미술 개인전은 10년 만이다. 전시 제목 ‘눈썹’은 자본주의의 은밀한 욕구인 성적 욕망이 투사된 마네킹 공장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찍은 영상이다. 그는 “인간은 왜 인간을 모사하고 싶어 하는지 그 심리를 탐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문주 작가는 ‘모래산 건설’이라는 제목 하에 베를린 보스턴 디트로이트 서울 등 다양한 도시를 소재로 한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나라는 달라도 도시개발이 휩쓴 풍경의 황량함은 비슷하다. 4월 29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이 시대 욕망·기억을 들춘다
입력 2018-03-2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