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발표한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은 공직사회의 낡은 관행을 혁신해 신뢰받는 정부로 거듭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정책으로 입안한 첫 조치다. 국민참여예산제 도입, 공공데이터 개방, 정부 내 협업 촉진을 위한 인사 시스템 개편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그러나 정작 부처 간 칸막이와 공직자 복지부동을 없애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대선 공약집을 조금 발전시킨 수준에 불과하다. 이래서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장·차관들을 청와대로 불러 워크숍을 갖고 복지부동, 무사안일, 탁상행정이라는 말이 없어지도록 정부 혁신을 추진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정책 수요자가 외면하는 공급자 중심 사고는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 “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많은 국민이 박수를 보냈다. 지난해 말부터 교육 및 부동산 정책에서 혼선이 잇따라 드러난 만큼 집권 2년차에 들어선 문재인정부가 본격적인 공직사회 개혁에 착수할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2년차 정부는 전임 정부가 아니라 국민의 기대치와 비교된다”고 말할 정도로 비장함도 있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제시한 정부혁신 방안에서 이런 비장함은 사라졌다. 예를 들어 국민이 정부 정책 과정에 참여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제시된 ‘광화문 1번가 상설화’는 지난해 8월에 나온 100대 국정과제의 재탕에 불과하다. 국민의 의견을 상시적으로 수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정치적 상징성을 제외하면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부처 간 의사소통을 위해 ‘전략적 협업직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현재 시행 중인 고위공무원단 인사교류 정책과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다. 공직자가 부정 청탁을 받으면 형사고발하고, 민간에 갑질을 하면 징계하겠다는 것은 밥을 안 먹으면 배가 고프다는 말과 다를 게 없다. 공직사회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는 종합대책마저 ‘정책 수요자가 외면하는 공급자 중심 사고’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공직사회 개혁은 단 한 번에 이룰 묘책이 없는 어려운 과제다. 제도 개선만큼 공직자의 의식 변화도 절실하다. 그렇다고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이미 공적부문이 민간부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요란한 행사를 앞세워 홍보에 나서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바꾸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도 바뀌지 않을 장기적인 기본 대책을 마련하고 하나씩 이뤄나가야 한다.
[사설] 정부혁신 계획, 알맹이 없다
입력 2018-03-2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