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1등은 IQ(Intelligence Quotient·지능지수)가 150 넘어.” “고시에 합격한 그 친구는 IQ가 160에 가까운 천재라던데?” 과거 주변에서 자주 듣던 소리다. IQ는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을 구분하는 대표적인 지표였다. ‘태정태세문단세…’(태조 이성계부터 조선 왕조 계보 첫 글자) 등 암기를 잘해야 공부를 잘하고 성공할 수 있었다. 창의적인 영역이 가미되긴 했지만 사실 요즘도 영어단어 많이 외우고 수학공식을 잘 숙지해서 문제를 잘 풀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등 취업시험도 여전히 IQ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현실은 태정태세문단세를 암기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에서 검색만 할 줄 알면 몇 십초 내에 조선 왕은 물론 신라·백제시대 임금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번역기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 영어나 일본어는 물론 세계 주요 언어도 한글로 쉽게 변형해서 읽을 수 있다. 동시통역 앱 서비스는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우리를 불편하지 않게 만든다. 동시통역 서비스가 훨씬 용이하게 일반화될 날도 멀지 않았다. 굳이 영어나 중국어 단어를 암기하고 어학공부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되면서 EQ(Emotional Quotient·감성지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EQ는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조절, 원만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마음의 지능지수’를 뜻한다. 어떠한 일에 실패했을 때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을 다잡으며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 등이 해당된다. 최근에는 EQ와 함께 LQ(Love Quotient·사랑지수)의 필요성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 창업주 마윈 회장은 지난달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계기로 방한해 가진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공하고 싶다면 EQ를 높이고 지고 싶다면 IQ를 높여라. 하지만 존경받고 계속 이기고 싶다면 LQ를 높여라.” 마 회장은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며 AI에 대적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으로 LQ를 꼽았다. 그는 “인간이 자동차나 기차보다 빨리 달리기 어려운 것처럼 알파고의 계산을 따라잡을 수 없다”며 “우리의 교육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 회장은 ‘흙수저’의 성공 신화를 쓴 중국 청년들의 롤모델이다.
대기업의 한 고위 임원도 이렇게 단언했다. “요즘은 높은 IQ로 자기 자신만 챙기고, 주변 동료나 조직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고위 임원이 될 수 없다. IQ가 좀 낮아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이 조직에서는 더 필요한 존재다. 결국 EQ와 함께 LQ가 높은 사람을 중시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유능하고 저명한 인사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악행이 드러난 사람, 오직 돈과 명예를 위해 인본과 천륜까지 저버린 사람들도 적지 않다. 모두 IQ가 높을지는 몰라도 EQ, 특히 LQ는 매우 부족한 사람들이다. 이런 말이 있다. “머리 좋고 똑똑하면 무슨 소용 있느냐. 그 좋은 머리를 나쁜 데에 쓰면 사회에 더 큰 해악이 되는데…”.
마 회장의 말처럼 결국 미래의 진정한 경쟁력은 LQ에서 나온다. 이미 사회는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LQ를 향상시키는 방법은 무엇인가. 쉬우면서도 어려운 얘기지만 우리 조상들이 즐겨 썼던 ‘든 사람보다는 된 사람이 되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교육도 이제는 IQ보다 EQ와 LQ를 키우는 능력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잔머리 쓰는 사람보다 조금 손해보더라도 배려하고 양보하는 사람,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감싸는 사람이 인정받고 성공하는 그런 사회가 되고 있다.
오종석 편집국장 jsoh@kmib.co.kr
[돋을새김-오종석] 성공하려면 LQ를 키워라
입력 2018-03-2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