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800만명 관광객이 찾는 두바이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속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다. 사막의 작은 무역항에 불과했던 두바이를 지금의 세계도시로 키워낸 것은 중동의 강소국 UAE의 저력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세계 석유 매장량의 6.6%에 달하는 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뤄낸 중동의 대표적 산유국이다. UAE 국부 펀드의 규모만 1조300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를 주변의 다른 산유국과 구별 짓는 것은 석유에만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1971년 건국 이후 30년 넘게 나라를 통치한 초대 자이드 대통령은 온건한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정치 체제와 자유로운 상업 활동을 보장하는 문화로 아랍의 인재들을 끌어모았다. 그 결과 현재 1000만명 UAE 인구 중 900만여명이 외국인이다.
인구가 늘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뒤따랐다. 포천 선정 500대 기업에서 중동지역 진출 거점을 두고 있는 196개 중 130개 이상이 UAE를 중동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UAE에 터를 잡은 한국 기업만 170개가 넘는다.
이제 UAE는 세계에서 환승객이 가장 많은 공항(두바이 공항)과 중동에서 가장 큰 항구(제벨 알리)를 가진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반도체, 항공부품 생산 능력을 갖춘 제조업 국가다. UAE 경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을 기준으로 3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한국은 UAE와 1980년 수교한 이래 에너지·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양국 관계의 중요한 전환점은 2009년 우리 원전의 최초 해외 진출 프로젝트인 바라카 원전 사업 수주였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UAE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국방, 보건·의료, 치안, 교육 등으로 협력의 지평을 크게 확대해 왔다.
이제 한·UAE 관계는 10년 전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각별해졌다. UAE는 우리에게 아프리카 중동 1위 수출국이며, 사우디와 함께 우리의 양대 해외 건설 시장이기도 하다. 라스알카이마에는 서울대병원이 진출해 230여명의 우리 의료 인력이 근무 중이고, 연간 3500명 이상의 아랍에미리트 환자가 국비로 한국을 찾아 진료 받는다. 2016년에는 걸프 지역 최초로 한국문화원이 설립됐다. 교민사회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중동지역 우리 교민 둘 중 한 명은 UAE를 생활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말 그대로 중동 진출의 교두보다.
양국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해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바라카(Barakah)는 아랍어로 축복을 뜻한다. 바라카 원전 4기가 2020년 완공되면 UAE 전체 전력의 4분의 1을 생산하게 된다. 전력을 이용한 담수화로 생활용수 대부분을 조달하고 있는 UAE 사람들에게 바라카 원전은 그야말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UAE 정부가 차세대 첨단 산업 육성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우리에게는 유리한 신호다. UAE 정부는 최근 내각 개편을 통해 차세대 유망 분야에서 20, 30대의 유능한 인재들을 각료로 발탁하고 2020년 두바이 엑스포도 역대 최대 규모로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다.
한국도 UAE와 첨단 분야 협력의 기틀을 착실히 다져 왔다. UAE 최초의 과학위성인 두바이샛 1, 2호기는 한국에서 제작됐으며 세 번째 위성인 칼리파샛에도 한국 기술이 이용됐다. 2017년에는 양국 간 우주 협력 MOU가 체결된 만큼 앞으로 협력이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모하메드 왕세제를 비롯한 주재국 인사들은 한국을 ‘100년을 함께할 동반자’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다가오는 우리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방문은 지난 10여년간 일궈온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양국 관계가 한 단계 격상되면서 미래 기술 협력으로 발전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박강호 주 아랍에미리트 대사
[기고-박강호] 중동의 전략적 동반자 UAE
입력 2018-03-20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