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평화체제로 가는 과도기적 상황 관리 위해 ‘종전 선언’ 재추진 가능성
북·미 정상회담이나 그 직후 남북·미·중 정상이 평화 선언하는 방안 검토
남북 정상회담에서 시작해 북·미 정상회담으로 끝나는 북핵 외교전의 종착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다. 1953년 7월 군사정전(停戰) 협정 체결 이래 선언적 합의에 머물렀던 두 가지 의제를 동시에 현실화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남북을 비롯한 관련국 상호 간에 법적·제도적 및 실질적으로 공고한 평화가 보장돼 있는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
남북 간 평화체제 논의는 1990∼1992년 계속된 고위급 회담 때 막이 올랐다. 그 결과 1991년 12월 채택된 ‘남북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 제5조에 ‘남과 북은 현 정전 상태를 평화 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북한은 이보다 훨씬 앞선 1970년대부터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 왔다. 단 그 대상을 정전협정 당사국인 미국으로 못 박았다. 김일성 주석은 1973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에 관해 북·미 간 직접 협상을 촉구하는 서한을 미 의회에 보내기도 했다. 김일성은 주한미군 철수를 내세웠던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이 당선된 후 북·미 회담을 요청하는 서한도 여러 번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간 평화체제 논의는 2007년 10월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구체화됐다. 남북 정상이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종전(終戰)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키로 합의(10·4 선언)한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북핵 6자회담에선 비핵화 프로세스를 담은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채택됐다. 여기에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2000년 6월 1차 남북 정상회담 때 없던 평화체제 논의가 2차 남북 정상회담 때 들어간 건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선 10·4 선언에 명시됐지만 이행되지 않은 종전 선언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가는 과도기적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8일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합의가 실제 이행돼 완료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그 기간 동안 서로 도발하지 않고 불가침하겠다는 종전 개념의 평화 선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북한은 대통령 행정명령 수준이 아닌 미 의회 비준을 받아 지속성이 보장되는 국교 정상화 및 평화 협정을 원할 것”이라며 “북한 핵 능력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비핵화 과정 역시 훨씬 길고 복잡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5월 북·미 정상회담이나 그 직후 남북·미·중 정상이 평화 선언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베를린 구상을 통해 “불안한 정전체제 위에서는 공고한 평화를 이룰 수 없다”며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평화를 제도화하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정책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평화협정 체결이 대외적 이슈라면 안으로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통일국민협약 체결, 남북 간 합의 법제화 및 변화된 환경에 맞는 남북 기본협정 체결이 핵심 과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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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3-1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