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의 3회 면담·통화 기록 CNN “뮬러 특검에 이미 제출”
연금 못 받게 막판 해고한 듯… 트럼프 “러 스캔들 수사 끝내야” 내달 나오는 코미 회고록 논란 예고
도널드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던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지난해 해고한 데 이어 앤드루 매케이브 FBI 부국장도 해고됐다. 수개월 전부터 매케이브를 내쫓으라고 법무부를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 조치에 반색하면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자신에 대한 ‘마녀 사냥’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은 특검 수사를 끝낼 것을 법무부에 촉구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국장을 해임했을 때 현지 언론은 1973년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수사하던 특검이 해임된 ‘토요일 밤의 대학살’에 비견된다고 보도했었다. 18일 CNN방송은 매케이브 부국장 해임에 대해 ‘토요일 아침의 멘붕(meltdown)’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어처구니없다는 뜻이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금요일(16일) 밤 내부 감사 결과를 이유로 매케이브 부국장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매케이브의 50세 생일 겸 공식 퇴임 예정일(18일)을 정확히 24시간 앞두고 내려진 조치다. 매케이브는 오래전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으나 연금 수혜에 필요한 최소 근속연수를 채우기 위해 18일까지 직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그에게 연금도 주기 싫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위대한 날”이라는 트윗을 올리며 자축했다.
매케이브는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수사를 맡았는데 기소를 못했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 코미 해임 직후 매케이브가 국장대행을 맡았을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백악관으로 불러 “대선 때 누구를 찍었느냐”고 물었다. 또 매케이브의 부인 질이 2015년 민주당 후보로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클린턴 측 인사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사실도 문제 삼았다.
매케이브는 상관이던 코미가 그랬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메모했다. 3차례의 직접 면담과 한 번의 통화를 기록한 메모는 뮬러 특검에게 전달됐다고 익명의 소식통이 CNN에 밝혔다. 매케이브는 특검팀과 만나 코미 해임 과정에 관한 질문에도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독대 때 수사 중단 압력을 받았다는 메모를 해임 이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과 FBI를 향해 트윗 공격을 퍼부었다. 17일 밤 “(내 캠프와 러시아 사이에) 결탁이나 범죄가 없었으니 뮬러의 수사는 시작돼선 안 되는 것이었다”고 썼고, 18일 새벽엔 “FBI 최고위급에선 엄청난 정보 유출과 거짓말과 부패가 있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 존 다우드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는 코미가 사기성 서류에 근거해 시작한 것”이라며 법무부에 수사 종결을 요청했다.
하지만 역풍도 만만치 않다. 회고록 ‘더 높은 충성(A Higher Loyalty)’을 다음 달 출간하는 코미는 “대통령과 미국인들은 곧 나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누가 정직하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책 내용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존 브레넌은 “당신(트럼프 대통령)은 무절제와 부도덕, 정치적 부패를 한껏 보여줬기에 역사의 쓰레기통 속에서 실각한 선동정치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메모 남기고… 퇴임 24시간 前 잘린 FBI 2인자
입력 2018-03-1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