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폭언·키스…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확과 교수진 전원 수사의뢰

입력 2018-03-19 05:05
문화예술계 평등문화를 위한 연극인 궐기대회 참석자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모든 폭력 반대' '평등문화 정착' 등의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목격·피해자 37명 진술 등 토대, 교수·조교 등 5명 연루 확인
박중현 교수 파면 요구, 나머지 4명은 중징계 요청… 학교엔 기관 조치·교육 명령
전국 44개 대학 女교수회 이례적 ‘미투운동’ 지지 선언


명지전문대 일부 교수들의 상습 성추행과 성희롱이 교육부 조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은 채 여학생들에게 안마를 시키고 회식 장소에서 포옹하거나 택시 안에서 끌어안고 키스를 시도하는 등 학교, 회식 장소, 택시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교육부는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실태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여러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활약하며 대중에게 친숙한 최용민 교수를 비롯해 남자 교수진(4명) 전원이 성추문에 휩싸여 파문을 일으켰던 학과다. 실태조사는 피해자와 목격자 37명이 공동으로 제출한 진정서와 SNS, 언론보도 등을 토대로 진행됐다.

실태조사에 결과에 따르면 박중현 교수는 학생들을 편집실 등으로 불러 안마를 지시했다. 안마를 하던 한 여학생에게 “허벅지에 살이 너무 많다”는 폭언을 해 성적 수치심을 주기도 했다. 이영택 교수는 회식 자리에 늦게 온 여학생을 끌어안고 토닥이는 등 신체접촉을 했다. 최 교수는 2004년 택시에서 술에 취한 척하며 몸을 기대고 끌어안으며 키스를 하려 했다. 안광옥 강사와 추모 조교는 성희롱 발언을 했으며 추 조교는 박 교수의 안마 지시를 학생에게 전달하는 등 성추행을 방조한 걸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명지전문대에 박 교수의 파면을 요구했다. 나머지 4명은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자진 사임한 안 강사와 추 조교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징계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교육부는 5명 모두를 검찰에 수사 의뢰키로 했다. 명지전문대에는 기관경고 조치를 하고 피해자 보호조치와 성범죄 예방교육 등을 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상반기 중으로 전체 대학교를 대상으로 성범죄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성범죄 발생과 대학의 대응, 예방 조치 등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본다. 교육부 관계자는 “비위 정도가 심각하거나 조직적 은폐·축소 우려가 있는 사안이 나오면 특별조사를 한다”고 말했다. 교육·여성 분야 민간 전문가로 자문위원회를 꾸려 교육 분야 성폭력 근절책도 마련키로 했다.

전국 44개 대학 여교수회는 “우리 사회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며 미투(#MeToo) 운동 지지를 선언했다. 평교수 조직이 수평적으로 연대해 특정 사회운동에 대한 지지 선언문을 발표한 건 이례적이다. 서울대 여교수회에서 시작돼 국공립대와 사립대가 동참했다. 선언문에서 “사법·문화·정치계 등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미투, 위드유(#WithYou)는 오랫동안 누적된 성차별과 일상화된 여성 비하라는 구조적 문제를 표출한다. 현재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을 개혁하는 운동으로 진화한다면 한국 사회 성장을 위한 값진 기회”라고 평가했다. 이어 “폭로나 고발에 그치지 않아야 하며 정파적 대립으로 인해 그 의미가 왜곡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정부는 이 기회를 지속가능하고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도경 이형민 기자 yido@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