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증가세 꺾여도 DSR 악화, 작년 12.7%… 증가폭 1위
GDP 대비 부채비율 94% 14분기 연속 상승세 기록
이주열 “금리 인하 안했으면 경기 회복 불씨 못살렸을 것”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 대비 빚 증가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가계의 총부채상환비율(DSR)은 12.7%로 주요 17개국 중 증가폭 1위를 기록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연속 상승한 기간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었다.
18일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집계한 주요국 가계부채 현황을 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4.4%로 1년 만에 3.5% 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4년 2분기 이후 14분기 연속 증가 기록이자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최장기 증가세 기록이다.
특히 DSR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DSR은 가계의 전체 소득을 분모로 하고 분자엔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은 물론 신용대출, 자동차할부금, 학자금대출 등 모든 빚의 원리금 상환액을 넣어 계산한다. 한국의 경우 DSR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12.7%로 나와 1년 만에 0.5% 포인트 악화됐다. BIS 조사 대상 17개국 중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부채 억제책으로 최근 들어 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버는 돈이 신통치 않아 DSR 지표가 나쁘게 나온다. 또 2014년 하반기 이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악화일로를 걸은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2014년 세월호 사고와 2015년 메르스 사태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성장세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등 부진이 심화됐다”며 “당시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다면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오는 21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연임 여부가 결정됨과 동시에 22일 새벽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 소식을 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가오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인한 자본유출 우려에 대해 이 총재는 답변서에서 “자본유출은 내외 금리차뿐만 아니라 국내외 경기와 물가 상황 및 환율 기대 등의 영향을 받는다”면서 “현재로서는 대규모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환율과 관련, 외환 당국은 다음달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외환시장 개입 내역 등의 현황 공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국제통화기금(IMF) 권고를 감안해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 사안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벌이 신통찮아… 가계소득 대비 빚 증가 속도 세계 최고
입력 2018-03-1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