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03년 동안 우리은행이 독점해왔던 시금고를 내년부터 복수로 운영한다.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서민금융 지원 실적 등까지 평가에 반영해 시금고 금융기관을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다음 달 25일부터 30일까지 제안서를 접수받아 서울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거쳐 5월 중 금고업무 취급약정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내년부터는 일반·특별회계 관리는 제 1금고, 기금관리는 제 2금고에서 담당하는 방식의 복수금고가 도입된다. 서울시는 그동안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단수금고를 운영해 왔다.
서울시 시금고는 1915년부터 조선경성은행(우리은행 전신)이 금고를 맡아 현재까지 운영해왔다. 현 시금고 은행인 우리은행과의 약정은 올해 말 만료된다. 복수금고가 도입되면서 부금고의 경우에는 은행뿐 아니라 농업협동조합·수산업협동조합·산림조합·새마을금고·신용협동조합 등의 금융기관도 입찰에 참가할 수 있다. 차기 시금고 운영 기간은 2019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4년이다. 서울시 금고로 지정되면 금융기관은 서울시 소관 현금과 유가증권의 출납 및 보관, 세입금 수납·이체, 세출금 지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한 해 예산만 32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금고를 관리하는 ‘금고지기’ 자리를 두고 금융권의 쟁탈전도 뜨거운 상황이다. 막대한 자금을 관리하는 곳인 만큼 수수료 수익을 거둘 수 있는데다 ‘기관금고’라는 상징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의 주거래은행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서울시가 공개한 평가항목과 배점기준을 보면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재무구조 안정성에 가장 큰 배점이 매겨졌다. 서울시는 운영 능력 외에도 서민금융을 지원한 실적 등 지역사회 기여도나 시와의 협력사업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변서영 시 재무과장은 “이번에 선정되는 시금고는 서민을 위한 금융기능과 시민 납세 편의를 증진하는 시정의 동반자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며 “복수금고를 도입하는 원년인 만큼 안정성과 경제성을 갖춘 우수 금융기관들이 많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서울시, 32조 예산 ‘금고지기’에 복수 금융기관 첫 지정
입력 2018-03-18 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