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까지 반발하자 주춤 민주당 “26일로 늦춰 달라” 이달 말 발표 가능성 높아
한국당 “발의 연기 결정은 대국민 기만쇼” 평가절하
의결 정족수에 74석 부족 국회 통과 사실상 불가능
청와대가 오는 21일로 예고했던 대통령 개헌안 발의 시점을 이달 말로 늦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범여권의 반발에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대통령 개헌안 발의 시기를 26일로 늦춰 달라고 요청하고 야당과 협상에 나섰다.
다만 국회 개헌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와 여당은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고, 한국당은 6월 중 개헌안 발의를 제안한 상황이어서 간극이 크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8일 “국민헌법자문특위의 개헌 자문안을 참고해 대통령 개헌안을 확정지은 뒤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21일 발의하면 좋겠지만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국민 반응을 살펴본 뒤 발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국민 브리핑과 개헌안 의결을 위한 국무회의 절차를 감안하면 발의 시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UAE 순방(22∼28일) 직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순방기간 전후 개헌안을 먼저 발표한 뒤 문 대통령 귀국 직후 발의하는 선(先) 발표, 후(後) 발의 방안이 거론된다.
청와대가 한발 물러선 것은 민주당의 요구와 국회 반발을 모두 감안한 것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21일로 예정된 발의를 지방선거와 (개헌안) 동시투표가 가능한 마지막 시한인 26일로 미뤄 달라”고 말했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대한 반발이 나오는 만큼 야당과 마지막까지 협상을 시도해보겠다는 뜻이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정당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고 결판을 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청와대·여당이 한발씩 물러섰지만 개헌 시기를 둘러싼 야당과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개헌 논의는 블랙홀 같은 것이어서 오는 10월 이후로 늦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6월 개헌안 국회 발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청와대가 개헌안 발의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국회 통과는 불가능하다. 국회 재적 의원 293명 중 196명이 찬성해야 개헌안 의결정족수를 넘는다. 민주당 의석수는 121명, 정 의장을 포함해도 122석으로 74석이 부족하다.
한국당은 대통령 개헌안 발의 연기 결정을 ‘대국민 기만쇼’라고 평가절하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개헌 문제로 청와대·여당이 ‘쇼통’을 하는 것”이라며 “개헌의 내용이 중요하지 지방선거 때 하느냐 마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번 주 ‘개헌 의총’을 열고 자체 개헌안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책임총리제’ 구현 등 대통령 권한 축소 방안을 우선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개편 사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적극적인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과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6∼17일 전국 유권자 10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 포인트)에서는 ‘지방선거와 동시투표’ 의견과 ‘지방선거 이후 별도 진행’ 의견이 각각 49.1%와 43.4%로 집계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강준구 최승욱 문동성 기자eyes@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대통령 개헌안’ 발의 연기… 한발 물러선 靑
입력 2018-03-18 19:37 수정 2018-03-18 2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