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北 정찰총국 물밑 접촉”

입력 2018-03-19 05:05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을 앞두고 북한 정찰총국과 물밑 대화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신문은 또 북·미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CIA와 한국 국가정보원, 북한 정찰총국 등 3국 정보기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17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CIA와 정찰총국이 비공식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CIA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의 북측 상대는 정찰총국장을 지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꼽힌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북측 대표단으로 방남했었다.

백악관이 외교관을 제치고 CIA 스파이들을 활용하는 것은 폼페이오의 영향력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폼페이오 국장이 렉스 틸러슨 장관을 밀어내고 국무장관에 내정된 것도 이러한 CIA의 활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기 전 폼페이오로부터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아프리카를 출장 중이던 틸러슨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질 무렵 기자들에게 “북한으로부터 ‘대화를 하자’는 말을 직접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었다.

NYT는 서훈 원장이 이끄는 국정원의 역할에도 주목했다. 서 원장이 정 실장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으며,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신문은 “북·미 정상회담은 몇 년 새 가장 대담한 외교적 도박”이라며 “한국과 미국, 북한의 3개 정보기관이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