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창조론’ 위기 시대… 당신의 신앙고백은?

입력 2018-03-19 00:01
우병훈 고신대 교수(가운데)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 온누리교회에서 ‘개혁신학의 입장에서 본 진화창조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병훈 합동신학대학원대 교수(왼쪽)가 사회를 진행하고 박재은 총신대 교수(오른쪽)가 논평을 맡았다.
성경적 창조론의 위기 시대다. 하나님이 무로부터 유를 창조하셨다는 전통적 창조론은 현대 신학과 과학으로부터 맹렬한 공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묵과할 경우 한국 교회의 신앙생활 전반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장로교신학회는 정통 신앙을 바탕으로 한 창조론을 회복하기 위해 ‘창조와 신앙고백’을 주제로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 온누리교회에서 제31회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김은수 백석대 교수는 창조교리에 대한 현대적 도전의 양상을 설명하고 신학적 대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창조를 언급하는 창세기 1장 1∼3절에 대한 전통적 해석은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를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창세기 1장 2절에 나오는 혼돈과 공허 흑암은 1절에 나오는 창조행위 뒤에 나타나며 이후 3절에서 빛이 생긴다. 무에서 유가 나오고 이후에 질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구약학자 중 상당수는 이 같은 이해를 성경적 근거가 없는 신학적 도그마(맹목적 주장)라고 비판한다. 이들의 주류 견해는 창세기 1장 1절을 일종의 문학적 도입부로 본다. 따라서 창조행위에 대한 설명은 땅이 혼돈하고 흑암이 깊음 위에 있다고 말하는 2절부터 나오기 때문에 무로부터의 창조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일부 현대 학자들의 경우는 무로부터의 창조 교리는 2세기 무렵 교부신학자들이 영지주의 같은 이단이나 플라톤주의 철학사조와 대립하면서 후대에 정립한 교리라며 비성경적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은 고대 바빌론 신화가 혼돈으로부터 시작된 창조를 말하는 만큼 비슷한 시기에 존재했고 내용 또한 유사한 창세기 1장 역시 무로부터의 창조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이레니우스, 아우구스티누스 같은 교부들과 하이델베르크교리문답,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같은 정통 신앙고백서들은 하나 같이 무로부터의 창조를 인정하고 있다”며 “삼위일체, 이신칭의 같은 교리 역시 치열한 신학 논쟁 속에서 생긴 것인 만큼 후대에 정립됐다고 비성경적이라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하나님의 형상으로 인간이 지어졌다는 창조론이 무너지고 우연과 적자생존을 내세우는 유물론이 득세하면 인간의 존엄성, 남녀평등 등을 주장할 근거가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병훈 고신대 교수는 개혁신학의 관점에서 진화 창조론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진화 창조론은 하나님이 창조의 방법으로 진화를 사용하셨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 이론은 우주의 창조, 최초 생명의 등장, 인간 의식의 출현 정도에만 하나님이 초자연적으로 역사하시고 나머지는 자연적인 방법을 쓰셨다고 본다. 우주에 일어나는 현상을 자연 법칙으로 설명하되 무신론을 전제하진 않는 ‘방법론적 자연주의’가 이론적 토대다.

우 교수는 먼저 “자연주의 역시 하나의 신념체계이며 주관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며 “자연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추론이나 사유가 뇌 속의 화학적 활동이 내리는 결론이라고 한다면 그것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자연주의에는 없다”고 비판했다.

진화창조론자들의 유력한 가설 중 하나는 하나님이 진화를 통해 생겨난 많은 원인(原人) 중에 임의로 한 사람을 택해 아담으로 지으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 교수는 “진화창조론은 아담의 원죄가 동시대 원인과 그들 후손에게 미친 이유를 말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장로교의 대표적 신학자인 박형룡 목사님은 성경을 과학 교과서로 봐선 안 되지만 반대로 과학에 휘둘리는 책으로 봐서도 안 된다고 했다”며 “창조론에 대해 창조과학 아니면 진화창조론이라는 식으로 단순히 접근하기보다 개혁신학적 입장을 지키는 신중함과 과학의 발전을 지켜보는 유연함이 모두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사진=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