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부실했던 ‘패럴림픽 중계’… 한국 첫 金도 중계 안해

입력 2018-03-19 05:00

교차 중계 방식으로 신의현 경기 내보낼 수 있었지만 그렇게 안해
한국 팀 주요 경기 방송 계속 누락

지상파 방송 3사가 평창패럴림픽 기간 내내 한국 대표팀의 주요 경기 중계를 누락하면서 ‘부실 중계’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방송 3사의 패럴림픽 부실 중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패럴림픽이 개막한 지난 9일부터 대회가 폐막한 18일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17일엔 방송 3사가 크로스컨트리 남자 7.5㎞ 좌식 경기를 중계하지 않으면서 비난을 샀다. 이 경기에서 신의현은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이 처음 참가한 1992년 알베르빌패럴림픽 이후 대표팀이 획득한 첫 금메달이었다.

방송 3사는 신의현의 경기가 진행되던 시간에 한국과 이탈리아가 맞붙은 아이스하키 3·4위전을 내보냈다. 아이스하키 경기를 생중계한 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올림픽이었으면 방송사들은 저마다 교차 중계 방식을 통해 신의현의 경기도 내보냈을 것이다.

방송 3사는 지난 11일 열린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좌식 경기도 중계하지 않아 빈축을 샀었다. 신의현은 이 경기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당시 그는 취재진과 만나 “예전보다 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방송 중계 시간이 적어 아쉽다”며 “중계가 많이 돼 패럴림픽이 장애인체육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에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송 3사가 패럴림픽 기간 내내 중계에 소극적으로 임한 건 시청률 탓이다. 18일 시청률조사회사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았던 전날 아이스하키 중계만 하더라도 시청률은 3사 모두 1% 수준에 그쳤다. 방송사들은 “시청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패럴림픽 기간 동안 KBS MBC SBS가 편성한 생중계 시간은 각각 20∼40시간에 불과했다. 이들 방송사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저마다 200시간 넘게 주요 경기를 생중계했던 것과 비교하면 패럴림픽을 외면했거나 무시했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방송 3사는 올림픽이 열릴 땐 저마다 똑같은 경기를 중계해 ‘전파 낭비’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프라임 타임’에도 예능이나 드라마는 결방하고 올림픽 경기를 내보냈다.

패럴림픽 기간 동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패럴림픽 중계 시간을 늘려달라는 청원 글이 수십 개 올라왔다. 급기야 지난 1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 방송의 패럴림픽 경기 중계가 외국보다 부족하다”며 “중계 시간을 더 편성해줄 수 없는 것인지 살펴달라”고 당부했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