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文 대통령 베트남 방문 큰 기대… 베트남 문화에 대해 한국민 이해 높여야
북한, 베트남 개방경험 요청땐 적극 지원
응우옌 꾸앙 투언(60·사진) 베트남 사회과학원 원장은 1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한반도 상황 변화와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와 개혁개방에 대해 파격적인 결정을 할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무역 규모 급증 등 사실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진입하고 있으나 국민 간 상호 이해와 문화에 대한 인식은 그만큼 깊지 않다며 이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인터뷰는 문재인 대통령의 22일 베트남 국빈방문을 앞두고 외교부 후원으로 열린 ‘한·베트남 정책포럼’ 행사장인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진행됐다. 베트남 사회과학원은 북한의 조선사회과학자협회와 격년으로 양국을 오가며 학술교류를 해 왔다.
-남북 간 해빙, 북·미 정상회담 예정 등 최근 한반도 상황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과 북한, 미국의 관계는 항상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나타난 변화는 놀라우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매우 좋은 신호이다. 사태의 긍정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에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있는지가 최대 관심 사안이다.
“먼저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그 자체로 의미가 아주 크다. 하지만 그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비핵화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적극적인 신호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북한을 정상국가로 바꾸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러한 태도 변화에는 유엔 등의 경제제재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에 고립돼서는 발전을 이룩하기 어렵다는 것을 김 위원장이 인식한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김 위원장이 정상국가로 북한을 바꾸려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에는 경제 개혁개방에 나서는 것도 포함되나.
“북한 내부 상황이나 김 위원장의 개혁개방에 대한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김 위원장이 파격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북한 최고지도자의 권위와 권력은 비슷한 체제의 지도자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최고지도자가 한순간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이는 베트남과도 다른 사정이다. 김 위원장은 외국생활을 했고 대외 사정에 밝다. 자국 경제발전의 필요성, 고립되어서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앞으로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을 받고 대외개방을 통해 경제개발에 전념하는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의 조선사회과학자협회와 우리 사회과학원은 오랫동안 교류와 협력을 해 왔다. 북한이 우리의 개혁개방 경험을 필요로 한다면 적극 도울 수 있다.”
다른 베트남 사회과학원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의사 표명 이후에도 하노이 북한대사관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대사관 등 외교 실무진에서는 김 위원장의 태도 변화의 폭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지 26주년이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을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로 보고 있다.
“양국이 얼마나 중요한 경제 파트너인지는 수치 몇 개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이 240만명을 넘는다. 그동안 한국의 베트남 투자액은 500억 달러로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 됐다. 문 대통령의 이번 베트남 방문은 양국 관계를 한 단계 진전시킬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양국 국민 간 이해와 상호 문화에 대한 인식은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 한국민들의 베트남 문화에 대한 인식과 존중은 베트남 국민의 한국에 대한 관심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국가 간 모든 협력의 바탕은 양국 국민들의 상대방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다.”
하노이=글·사진 배병우 편집국 부국장 bwbae@kmib.co.kr
“김정은, 비핵화·개혁개방 파격적 결정 가능성”
입력 2018-03-1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