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항구적 평화’ ‘남북 관계 진전’ 핵심 의제로

입력 2018-03-17 05:01

靑 “北도 의제 방향 공감”… 북·미 중재 외교에 자신감
“정의용 특사 백악관 방문때 美 관료 15∼16명 대거 참석”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의제의 윤곽이 잡혔다.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 관계 진전 세 가지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선언적 합의를 이룬 뒤 5월 북·미 정상회담 때 최종 담판을 짓는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6일 첫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한반도 비핵화, 획기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관계의 새롭고 담대한 진전을 위한 의제에 집중해 준비해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과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진 적은 없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을 동결·폐기하기 위한 협상은 북·미 간 또는 6자회담에서 이뤄졌다”며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가장 큰 특징은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가장 우선순위에 올려놓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이 같은 의제 방향에 공감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북 특사단의 방북 내용을 보면 북한도 본질적인 문제를 해소해 보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근본적인 문제에서 진전이 있어야 경제든, 교류든 각 분야로 확장된다”고 말했다.

임 실장이 밝힌 3대 의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과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강조하면서 “불안한 정전체제에서는 공고한 평화를 이룰 수 없다”며 “평화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를 제도화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로는 남북 합의의 법제화, 북핵 당사국이 참여하는 평화협정 체결을 제시했다.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남북은 2007년 10·4선언에서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는데 못했다”며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양측의 의지를 확인하고 적극 추진에 공감하는 내용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 합의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까지 북핵 합의는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평화협정이 따라가는 선후 관계였다”며 “이번에는 비핵화와 평화협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더 나아가 체제 안전보장을 먼저 해 비핵화를 유도하는 파격적인 로드맵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사이 한·미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주도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북핵 문제는 처음 다루는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정부와 많은 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에 직접 뛰어든 이상 한국에 의지해야 하는 면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했던 일을 거론하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받는 자리에 (미 고위관료) 15∼16명이 참석해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또 “정 실장과 서 원장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이 모두 참석해 몇 시간씩 방북 결과를 들으려 했다”고 덧붙였다.

권지혜 강준구 조성은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