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컬링 준결승서 노르웨이와 역전·재역전 불꽃튀는 접전 끝에
연장전까지 갔지만 6대 8로 석패… 긴장한 탓에 실수 자주해 무너져
6-6 동점 상황에서 돌입한 연장 9엔드. 노르웨이의 스톤 2개를 하우스 안에 위치하는 데 성공한 스킵 로렌센 루네가 오른팔을 번쩍 치켜올렸다. 하우스 안에 한국의 스톤은 없었고, 양팀에게 남은 스톤은 1개씩이었다. 한국은 타임아웃을 불렀다.
백종철 감독이 경기장으로 내려왔다. “컴어라운드(하우스 앞 스톤을 지나 뒤쪽에 숨는 것) 하는 게 맞는 거고요… 지금 웨이트(스톤의 속도)가 너무 안 좋으니까 열넷을 잡고 컴어라운드.” 평소보다 스톤이 잘 나아가지 않는 것을 감안해 충분한 세기로 던지라는 지시였다. 서순석이 굳은 표정으로 딜리버리 스틱을 잡았다. 이동하가 휠체어를 잡았다.
수만번 연습한 투구였지만 서순석의 손을 떠난 스톤은 버튼에서 가까운 곳에 머물지 못했다. 마지막 투구가 1번 스톤 자리를 지나치자 한국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강릉 컬링센터 2529명 관중의 기립박수가 쏟아지자, 선수들은 이내 가슴을 폈다.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 ‘오벤저스’의 금메달을 향한 도전은 16일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에서 6대 8로 석패하며 마무리됐다.
이날 경기는 역전과 재역전을 반복하는 접전이었고, 긴장한 선수들은 자주 실수했다. 노르웨이는 작전을 잘 쓰지 않는데 이런 측면이 대표팀의 대응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노르웨이가 지난해 휠체어컬링 세계선수권 챔피언에 등극할 당시 멤버인 로렌센은 시종 무표정한 상태로 무서운 샷을 선보였다. 88년 서울패럴림픽에서 역도 선수로 출전할 만큼 힘이 좋은 스토르달 요스틴은 정확한 테이크아웃을 자랑했다.
한국은 3엔드에 3실점하며 2-4로 끌려가게 되자 차재관을 빼고 이동하를 투입하는 강수를 썼다. 차재관은 한국의 가드를 쳐내는 등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좋아, 좋아!’ ‘굿샷!’ 팀의 막내인 이동하가 분위기를 바꾸려 지르는 고함이 컬링센터를 울렸다. 한국은 4엔드에서 바로 4-4 동점을 만들었다.
마지막 8엔드에서 한국은 서순석의 스킵샷 2개를 남기고 4-6으로 뒤진 상태였다. 패색이 짙었지만 노르웨이의 마지막 스톤이 기적적으로 하우스를 지나쳤다. 서순석은 침착하게 드로샷을 성공시키며 6-6 동점을 만들었다.
벼랑 끝에 몰렸다가 회생한 한국의 분위기가 좋아야 했지만 연장은 불리한 선공이었다. 냉방에 따라 갑자기 변한 빙질에 오벤저스는 실수를 많이 저질렀다. 리드 방민자의 첫 번째 스톤은 호그라인에 못 미쳐 치워졌다. 이어 이동하마저 2개의 스톤을 연속해서 호그라인을 넘기지 못했다.
백종철 감독은 공동취재구역에서 “상대 실수로 온 절호의 기회를 선수들이 긴장해 잡지 못했다”며 “마지막 순간에 무너진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서순석은 “내 자신에게 화가 나고, 응원해 주신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컨디션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17일 오전 9시35분 캐나다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강릉=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괜찮아! ‘오벤저스’
입력 2018-03-1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