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국 등 신흥국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1∼2주 안으로 중국에 대한 새로운 무역제재를 발표한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국은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이 중국산 컴퓨터 등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0.7%정도가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아시아지역의 대미(對美) 수출이 5% 감소하면 아시아 증시는 8% 추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보호무역 조치를 내놓으면 신흥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철강 관세에 이은 추가 조치로 중국산 컴퓨터 제품 등에 대한 관세 부과가 유력하다고 예측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컴퓨터의 경우 1531억 달러, 전자기기는 378억 달러 가량 적자를 보고 있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관련 조사를 벌였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술·통신 등의 분야에서 최대 600억 달러어치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이르면 다음 주에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폭탄’을 퍼부으면 한국도 피해를 본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격이다. 중국은 한국에서 부품이나 완제품을 사들여 다시 미국에 판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의 GDP 가운데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컴퓨터·전자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0.7%다. 중국의 컴퓨터·전자기기 수출길이 막히면 이만큼 타격을 입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에서 수입하는 컴퓨터 관련 부품이나 완제품 중 40%를 다른 나라에 재수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전면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노무라증권은 “미국과 중국 모두 부작용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미국산 곡물에 관세를 매기는 등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1월 미국 국채 보유액은 1조1700억 달러(약 1253조원)로 전달 대비 100억 달러 줄어들었다.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다. 중국이 미 국채 매입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식으로 대응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이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키움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향후 미국 정부가 1∼2주 안에 중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는지, 중국 정부가 보복조치를 가하는지 여부가 이달 말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美, 1∼2주 내 中 겨냥 새 무역제재 발표할 듯
입력 2018-03-17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