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과 선거구제 개편 원칙 합의 땐 시기에 얽매이지 않겠단 입장
靑 “총리 국회 추천제 헌법 근간 삼권분립 흔들고 민심과도 안 맞아”… 강력 반발
야당이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려는 청와대·여당에 맞서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 ‘선거제도 개편’을 골자로 한 개헌이 가능하다면 개헌 시기에 크게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은 6월 국회에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발의해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개헌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총리가 책임총리로서 국정을 책임있게 운영해 나가도록 국회가 헌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를 안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모든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겠다. 국민 대표성을 강화하는 입장으로 가겠다”고 했다. 한국당이 구체적인 개헌 로드맵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한국당은 그간 6·13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정부·여당에 반대하며 막연한 ‘10월 개헌론’만 주장해 왔다.
한국당의 입장은 발표 즉시 힘이 실리고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한국당의 발표에 대해 “권력구조 부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지방선거 때 투표할 수 있으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그 이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개헌 동시투표’ 입장이지만, 유 공동대표가 변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는 15일 “대통령 권한 분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이 합의된다면 국민투표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야권은 그동안 대통령의 권한 축소 방안이 단긴 개헌안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지만 개헌 시점에는 합의하지 못한 상태였다. 한국당의 개헌 의지가 약하다는 의구심도 많았다. 한국당은 다른 야당이 찬성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반대해왔다.
그러나 한국당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개헌안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야권은 총리 국회 추천제가 포함된 대통령 권한 축소 방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포함된 선거제도 개편안을 골자로 한 국회 개헌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내세워 정부여당을 상대로 개헌 투표 일정을 조정하자는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이 같은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야당이 개헌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총리 국회 추천제’를 강력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 선출·추천권을 국회가 가지면 헌법이 근간으로 하는 삼권분립 질서를 흔들고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사실상 대통령은 상징적 존재에 머물고 국무총리가 국정을 통할하는 체제가 된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정치권 관심과는 다르게 국민은 기본권이 어떻게 강화·확대되느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국가적 발전을 위해 논의해야 할 사안은 다 뒷전이고 오로지 개헌 시기, 국회의 권한 문제만 가지고 논의했던 게 국회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홍지만 한국당 대변인은 “청와대는 대통령제를 통한 좌파의 장기집권을 노리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정상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문동성 강준구 기자 theMoon@kmib.co.kr
野 4당 ‘개헌 공동전선’... 국민투표 시기 조정에도 공감대
입력 2018-03-17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