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 ‘책임총리제’ 도입 놓고 팽팽

입력 2018-03-17 05:05

개헌 논의에서 책임총리제 도입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자유한국당이 16일 ‘분권형 대통령제, 책임총리제’를 개헌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야4당은 모두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기 위한 수단으로 책임총리제를 요구하고 있다.

책임총리제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 중 일부를 총리에게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과거 정부들도 책임총리제를 구현하겠다는 말을 많이 했지만, 대부분 ‘의전 총리’와 ‘대독 총리’에 그쳤다. 현행 헌법에서도 책임총리제 요소가 가미돼 있다. 국무총리 임명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국무총리는 국무위원 제청·해임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권한이 강하다보니, 책임총리제가 구호에 그친 측면이 많다. 야권의 책임총리제는 헌법에 총리 관련 규정을 보강하고, 국회에서 추천·선출하자는 것이다. 한국당은 총리 선출 방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회가 직접 총리를 선출하는 방안에 무게를 실었다.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면 총리의 위상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선출된 총리를 통해 대통령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겠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역시 책임총리를 선호한다. 다만 국회가 직접 총리를 선출하기보다는 국회가 추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회가 총리 후보자를 추천하면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형식적인 결정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총리 임명에 있어 국회의 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의 절충안이다. 바른미래당도 국회가 책임총리를 추천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총리 임명 방식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대신 분권과 협치를 강화해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의 총리 추천·선출은 행정부의 수반을 국회가 결정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내각제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회의 추천을 거부할 경우 정치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고, 특히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국회가 추천한 총리를 거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거구제 협상은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을 보였다. 논의에 소극적이었던 한국당이 선거구제 개편을 개헌의 필수 요건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정의당 등 소수 정당들은 국회의원의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구제 개편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수만큼 국회의원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이고 중·대 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복수의 대표를 뽑는 방식이다. 모두 소수 정당의 의석 확보에 유리하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달 20대 총선 득표율을 기준으로 ‘중선거구제+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해보니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의 의석 점유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6석인 정의당의 경우 제도에 따라 최대 23석까지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실제 협상이 시작되면 각 당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결론을 도출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판 신재희 기자 pa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