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빠지는 예능판… ‘버라이어티’ 지고 ‘관찰’ 뜬다

입력 2018-03-19 05:05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저물고 일반인 참여 관찰예능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관찰 예능 tvN ‘윤식당’과 JTBC ‘효리네 민박’이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호평 받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 MBC ‘무한도전’은 종영을 앞두고 있고, SBS ‘런닝맨’은 지난해 종영 위기를 겪었다. 각 방송사 제공

예능과 거리 먼 것처럼 보이는 일반인들이 꾸려가는 포맷 각광
‘1박2일’·‘런닝맨’ 시청률 높지만 새로운 시청 층 유입에는 한계
일반인 참여 ‘윤식당’·‘효리네 민박’ “대체 포맷 안보여… 인기 이어갈 듯”


예능 판도가 바뀌고 있다. 국민예능 ‘무한도전’(MBC)이 오는 31일 종영을 앞두고 있어서다. 휴식 뒤 돌아온다며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었지만 ‘국내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쇼 무한도전’은 추억으로 남게 됐다. 무한도전의 종영은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대신 ‘관찰 예능’이 빠른 속도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예능과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배우, 가수, 일반인들이 꾸려가는 포맷이 특히 각광받고 있다.

무한도전은 길거리를 포함해 다양한 현장과 스튜디오를 오가며 때론 시끌벅적하고 때론 감동 넘치는 도전을 이어갔다. 무한도전은 예능의 길을 새롭게 만들었고, 성공했다. 무한도전의 성공은 예능계의 지각변동을 이끌어냈다.

토크쇼, 스탠딩 코미디, 콩트 등 전통적인 예능 포맷이 시들해지고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다양하게 변주됐다. 얼마 못 버티고 사라진 프로그램도 많지만 ‘1박2일’(KBS·2007년∼) ‘런닝맨’(SBS·2010년∼) 등은 무한도전과 함께 각 방송사 간판 예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촬영 시간이 길어지고 카메라 10여대가 투입되는 지금의 예능 환경도 무한도전에서부터 시작됐다.

무한도전 1박2일 런닝맨은 오랜 팬층을 보유하고 있고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내고 있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시들해진 것은 사실이다. 고정된 멤버가 있고, 멤버들마다 캐릭터가 구축되고, 프로그램 자체에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방식의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빠져드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청자 층의 유입이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12년 이상 이어오며 이미 많은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요즘 대세인 관찰 예능은 ‘궁극의 리얼’을 표방한다. 개그맨 이경규가 “예능의 끝은 다큐다”라고 말한 것과도 통한다. 카메라는 계속 돌아가고 출연진은 이를 의식하지 않는 듯 행동하는 것이다. ‘나 혼자 산다’(MBC) ‘슈퍼맨이 돌아왔다’(KBS) ‘미운 우리 새끼’(SBS) 등은 성공적인 관찰 예능으로 평가된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극대화된 게 관찰예능”이라고 분석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게 ‘윤식당’(tvN) ‘효리네 민박’(JTBC) 등 일반인 참여 예능이다. 배우들이 식당을 꾸려가고 스타 부부가 민박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일반인들과 어울리게 된다. 이런 방식의 관찰 예능은 제작진이 개입할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 연출되지 않은 모습들이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런 예능은 몰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다. ‘윤식당’ ‘삼시세끼’(tvN) 등을 기획한 나영석 PD는 “TV를 보다가 다른 일을 해도 다시 이어 보는데 지장이 없는 게 인기 비결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당분간은 관찰 예능 자리를 밀어낼 장르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관찰 예능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포맷이 보이지 않는다. 다소 피로감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늘고 있지만 당분간 이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예능판을 크게 뒤흔들었던 무한도전의 김태호 PD가 다시 돌아왔을 때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적잖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무한도전 종영은 아쉽지만 김 PD가 기존의 무한도전에서 벗어나 새롭게 들고 올 예능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 예능 PD는 “김 PD가 어떤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돌아올지에 따라 예능 판도가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