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아동 하루 3시간 TV·스마트폰·컴퓨터 본다니

입력 2018-03-17 05:05
육아정책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는 충격적이고 우울하다. 지난해 만 3∼5세 유아와 초등학교 1∼3학년 아동을 키우는 어머니 706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자녀의 TV, 스마트폰, 컴퓨터 이용시간이 하루 평균 177분에 달했다. 미디어별 이용시간을 보면 TV 시청이 102분으로 가장 많았고 스마트폰 이용이 55분, 컴퓨터 이용이 20분이었다.

만 3세부터 8세까지 유아기 및 아동기는 인격 형성에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면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는 자명하다. 요즘 미디어에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소재들이 넘쳐난다. 성인인증 장치를 두고 있지만 부모의 스마트폰을 이용하거나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음란물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시기에 아이들이 무방비로 미디어를 접하면 폭력성을 배우거나 미디어에 중독되기 쉽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이 최근 청소년들의 SNS 사용을 규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들의 미디어 중독을 막으려면 1차적으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성장기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것은 ‘걸어다니는 흉기’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 결과 지난해 유아동 5명 중 1명이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에 속했다. 그런데 부모가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인 경우 자녀들도 위험군에 속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은 부모 영향이 크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을 마약이나 알코올, 도박 중독처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보육·교육기관들이 아동의 스마트폰 중독을 막을 수 있도록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법적·제도적 규제장치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