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벽’ 또 못 넘은 정현

입력 2018-03-16 20:03
한국의 정현이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 테니스 가든에서 열린 2018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 오픈 남자 단식 8강전 로저 페더러와의 경기에서 힘차게 스매싱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 정현(22·세계 26위)이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7·스위스·1위)의 높은 벽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정현은 메이저대회 호주오픈 4강전과는 달리 건강한 상태를 보여줬으나 서브 실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했다.

정현은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 테니스 가든에서 열린 2018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 오픈 남자 단식 8강전 페더러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대 2(5-7 1-6)로 졌다. 지난 1월 호주오픈 4강전 이후 49일 만의 리턴매치였다. 당시 정현은 발바닥에 물집이 잡힌 탓에 2세트 도중 기권했다. 정현은 올해 6개 대회에서 5차례 8강에 오르며 상승세를 탔고, 몸 상태도 나쁘지 않아 페더러와의 재대결은 더욱 기대를 모았다.

페더러의 강서브가 정현의 발목을 잡았다. 1세트부터 정현은 라인을 타고 들어오는 페더러의 날카로운 서브에 고전했다. 페더러는 1세트에만 서브 에이스 8개를 따내며 정현을 압박했다.

정현은 패기로 맞섰다. 1세트 0-3으로 뒤진 상황에서 5-5까지 따라붙는 뒷심을 보여줬다. 페더러의 한 박자 빠른 공격에 끈질긴 리턴샷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페더러가 강서브로 내리 두 게임을 따내 1세트를 가져갔다. 힘이 빠진 정현은 2세트에서 승부처마다 실수를 범하며 경기를 내줬다.

정현은 이날 서브 에이스가 하나도 없었던 반면 페더러는 12개나 성공했다. 정현의 첫 서브 성공률(52%)과 득점률(53%)도 페더러(67%, 70%)에 크게 뒤졌다. 결국 정현은 서브에서 밀리면서 랠리를 길게 가져가지 못했고, 페더러는 속전속결로 승부를 보는 자신의 평소 스타일을 십분 발휘했다.

정현은 경기 후 소속사를 통해 “경기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페더러에게 많은 것을 배운 경기였다. 다음에 만나면 더 공격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회 8강 진출로 일본의 니시코리 게이(25위)를 제치고 내주 아시아 톱 랭커(23위)에 오를 전망인 정현은 오는 21일부터 미국 마이애미오픈에 나선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