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2주 만에 1만3000부 팔려… 시·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 10위
“당분간 ‘어쿠스틱 라이프’ 연재에 온 힘”
캐릭터에 풍부한 표정을 담아 삶의 빛나는 순간을 표현해낸다.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다음에서 연재돼 2억3000만명이 본 인기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의 난다 작가(본명 김민설·37)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최근 육아 에세이집 ‘거의 정반대의 행복’을 냈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이들도 공감할만한 따스한 이야기로 채워진 책이다. 작가를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1년 가까이 만화 작업 대신 글쓰기에만 집중했어요. 글을 다 쓴 뒤 삽화를 그렸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전 글쓰기보다 만화 작업을 더 좋아한다는 걸 확실히 알았어요.” 힘들게 작업을 했다지만 책은 난다 작가답게 나왔다. 반응도 뜨겁다. 출간 2주 만에 1만3000부 이상 팔리며 3쇄에 들어갔고, 시·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올랐다. 2010년 정식 데뷔한 작가는 2012년 딸을 낳았다. ‘무자식’ 모드에서 ‘유자녀’ 모드로 전환된 이후 독자들에게서 “변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여전하다’ 싶다. 게임으로 치자면 육아라는 엄청난 퀘스트가 주어졌고 이를 수행하다보니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모습이 발현됐을 뿐이다.
난다 작가도 ‘변했다’는 말이 신경쓰였다고 한다. 그는 “변한다는 게 나쁜 일인 것처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를 낳고 나 자신을 잃어버렸나 안달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어쿠스틱 라이프’에 흐르고 있는 다소 시니컬한 유머도 여전하다. 책장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오른쪽 제일 아래 칸에 육아서적을 꽂아놓은 것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아이처럼’이나 ‘기적의 ○○ 육아법’ 같은 욕망의 제목이 붙은 책을 스무 권이 넘게 꽂아둔 걸 보며 광기 같은 걸 느끼고 나를 오해하지는 않을까.”
아이를 키우다보면 계획하지도, 예측하지도 못했는데 생기는 일들이 있다. 작가는 그 지점들을 날카롭게 포착해냈다. 책의 한 대목을 옮겨오면 이렇다. “내 몸에 아이가 기본 장착되면서 세상이 좁아졌다. 정서적으로가 아니라 실제로 좁아졌다.…휠체어나 유모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경사로에는 자동차가 정차해 있기 일쑤.”
작가가 유독 힘들게 쓴 부분은 ‘시선들’이라는 챕터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가진 엄마가 직면하게 되는 당혹스러운 일들을 다뤘다. “사회적으로 예민한 문제들을 적다보니 조심스러워지는 면도 있고,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기도 해요.” 이 챕터는 다른 글들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따뜻하고 웃음기 어린 이야기 대신 답답하고 그래서 서글픈 현실이 담겨 있다. 하지만 난다의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무거운 이야기라 할지라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일과 육아를 함께 하는 게 힘들지만 좋은 점도 있다. ‘결핍’이 가져다주는 ‘집중’이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시간이 부족해지니 창작욕이 더욱 생기더라고요. 전투적으로 일하는 느낌. 일이 이렇게 재밌었던 적이 없어요.” 당분간은 ‘어쿠스틱 라이프’ 연재를 이어갈 예정이다. “극화도 준비해 봤는데 시간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당분간은 3등신 그림체로 그린 제 이야기를 계속 할 것 같습니다.”
문수정 기자
육아에세이 낸 난다 작가 “애 키우며 하니 전투적 창작욕이…”
입력 2018-03-19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