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사찰→검증’ 비핵화, 최대 난제는 ‘검증’… 이번엔 잘될까

입력 2018-03-16 05:05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 장관은 미국 워싱턴에서 존 설리번 국무부 장관 대행을 만나 양국 공조 방안을 논의한다. 오른쪽 사진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중국 및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모습. 뉴시스
NPT 탈퇴 후 비핵화 합의 사찰·검증 단계서 깨져
미국, 쌓은 정보를 토대로 의심되는 모든 핵시설에 포괄적 사찰 요구 가능성
북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북한의 비핵화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되면 핵 폐기 검증 절차가 최대 난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비핵화 검증의 첫 단계는 ‘신고’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와 미사일,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 등 핵물질, 핵물질을 생산·재처리할 수 있는 핵시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북측이 신고한 내용이 맞는지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공신력 있는 사찰단이 확인하는 과정이 ‘사찰’ 단계다.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실제 이행하는지 감시하는 ‘검증’ 절차도 밟게 된다.

미국은 그동안 위성 등을 통해 축적한 정보를 토대로 의심되는 모든 핵시설에 대한 포괄적인 사찰 및 검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처음부터 핵시설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지,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포괄적 사찰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김진무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15일 “미국은 핵 프로그램 신고, 사찰, 검증을 패키지로 묶어 검증이 끝난 다음 대북 제재 해제에 들어갈 것”이라며 “반면 북한은 핵무기를 과시하는 것, 즉 신고서 제출 단계부터 제재 해제를 목표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언적으로 비핵화를 일괄 타결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간단한 과정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1993년 북한이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북핵 문제가 본격화된 이래 비핵화 합의는 사찰 및 검증 단계에서 번번이 깨졌다. 1994년 체결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는 북한의 핵 사찰 거부로 결국 파기됐다. 북핵 문제가 6자회담의 틀로 넘어간 뒤에도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3 합의 등의 비핵화 진전이 있었지만 이 역시 검증 과정에서의 마찰로 깨졌다. 미국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절반가량은 영변 이외 지역에서 진행된다”며 “북한이 영변 시설을 동결한 다음 다른 곳에서 농축우라늄을 계속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은 핵물질이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갖췄다고 주장해온 만큼 미국은 이에 대한 사찰, 검증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권지혜 조성은 기자 jh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