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혐의 모두 연결돼 있어 일부 인정도 어려웠을 것”
도곡동 땅 판 돈 사용 시인 “빌린 돈… 차용증 못 찾아”
조사 후 조서 꼼꼼히 검토… 귀갓길 측근에게 “잘 대처”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 1001호실에서 보낸 1박2일의 시간은 ‘부인(否認)의 시간’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등을 돌린 오랜 측근들의 진술은 “허위”라고,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자료에 대해선 “조작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검찰이 신문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모른다” “아랫사람이 알아서 한 일이다” 등의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 혐의들이 모두 연결돼 있는 구조라 일부라도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제대로 보고받고 관여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해외 순방 일정 등이 담긴 빡빡한 일정표도 제출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관련 혐의를) 사실상 깡그리 부인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이영배 금강 대표, 김성우 전 다스 사장, 조카인 이동형 다스 부사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의 진술에 대해 “자신들의 처벌을 경감받기 위해 허위 진술을 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배신한 측근들에게 책임을 돌린 것으로, 진술만으로는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자신감이 깔린 발언으로 보인다.
검찰이 확보한 각종 물증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은 보고받은 사실을 부인하거나 문서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관련 내용이 담긴 청와대 문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문건은 검찰이 영포빌딩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것으로 검찰은 작성자인 김 전 기획관 조사를 통해 작성 시점 및 경위 등을 파악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이런 내용이 보고서에 있을 수 없다”며 자료 출처 자체를 의심했다.
영포빌딩에 대통령기록물이 보관된 경위를 두고는 “직원들의 실수로 대통령실 문건들이 잘못 온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다스 등 차명재산을 보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차명재산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국가정보원 10만 달러 수수 의혹과 함께 맏형 이상은 다스 회장 명의로 보관 중이던 도곡동 땅 매각 대금 중 67억원 상당을 본인 논현동 자택 건축 대금 등으로 사용한 사실은 인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를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차용증은 찾지 못했으며 이자를 낸 적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 진술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조사가 끝난 뒤 190쪽 분량의 진술조서를 직접 변호인 4명과 꼼꼼히 검토하면서 일부 내용 수정을 요청했다고 한다. 조서 검토에만 6시간 넘는 시간을 할애했다. 이날 오전 6시25분쯤 조사를 마치고 귀가한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을 기다리던 측근들에게 “(검찰 조사를) 잘 받았다”며 “잘 대처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황인호 신훈 기자 inhovator@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측근 진술은 “허위” 檢 증거는 “조작”… MB, 혐의 부인
입력 2018-03-16 05:05